진폐증으로 사망한 광산 근로자의 재해위로금은 배우자가 혼자 받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들에게 공동 상속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광산 근로자의 배우자인 A씨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의 남편은 1991년 광업소에서 일하던 중 진폐증 진단을 받고 요양하다가 2006년 5월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 남편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판단하고 배우자인 A씨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했다. 이후 A씨는 남편이 폐광 보상책 중 하나인 재해위로금 대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10년의 시효 만료 직전인 2016년 4월 광해관리공단에 재해위로금 전액을 지급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광해관리공단은 재해위로금은 A씨 뿐만 아니라 4명의 자녀에게도 상속된 만큼 전액 지급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재해위로금은 사망한 직원에게 귀속됐다가 그가 사망하면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광해관리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A씨가 재해위로금을 전액 청구할 수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산재보험법 규정에 따라 최선순위 유족보상일시금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도 A씨가 최선순위로 수급권을 취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선고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해위로금의 근거 규정인 옛 석탄산업법에는 상속 및 수급권자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민법상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상 원칙에 따라) A씨의 남편이 사망함과 동시에 A씨와 자녀들은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공동 상속했다”며 “A씨가 자녀들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재해위로금 수급권을 양도받은 날은 A씨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해 시효가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