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고객들의 삶은 물론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디지털혁신(Digital Transformation. DX) 기업’을 KT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성장성이 더디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KT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구 대표는 2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진행된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앞으로 KT는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 변화할 것”이라며 통신사업에서 비통신 사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예고했다. 그는 오는 2025년 KT 전체 매출 20조원 중 통신과 비통신 비중이 현재의 6대4에서 5대 5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 대표가 공식 석상에 나와 KT의 미래 비전을 밝힌 것은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이다. 구 대표는 이날 ‘KT는 혁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KT에 대한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KT만의 차별화된 디지털 역량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KT는 성장이 저조한 회사, 올드한 회사, 관료적이고 민첩하지 않다는 우려가 깔려있다”면서 “하지만 KT는 놀랍게도 성장하는 사업을 갖고 있고 이들 사업이 가진 역량을 결집해 내년부터 최대한의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서 KT만의 역량으로 △미디어△금융△ABC를 기반으로 한 기업간 거래(B2B)를 꼽았다.
미디어 플랫폼은 집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자 고객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플랫폼이라는 게 구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869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IPTV분야에서 HCN을 인수하면 가입자 수가 전체 국민의 4분의1인 1,256만까지 확대돼 압도적인 1위에 오를 것”이라며 “확실한 1등 기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가 꼽은 두 번째 차별화 역량인 금융분야에 대해서는 “BC카드는 단순한 카드회사가 아닌 데이터 회사”라며 “KT·K뱅크·BC카드 세 회사가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ABC 기반의 B2B 사업에 관해 “KT는 ABC 사업을 4년 간 운영하면서 돈으로 연결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KT는 통신·금융·소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기술·데이터·고객기반 3개를 합치면 돈이 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AI를 기반으로 한 AI콜센터 플랫폼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다음달 용산에 국내 최대 용량의 인터넷 기반 데이터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또 현재 현대중공업·카이스트·LG전자 등 9개 산학연이 모여 함께 일하는 ‘AI 원팀’을 올해 결성한 데 이어 ‘클라우드 원팀’도 준비 중이다.
구 사장은 취임 후 7개월을 “케이뱅크 증자 문제와 케이블TV 인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내실을 다진 시기”라고 평가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변화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7개월 동안 “그룹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준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구 대표는 “다른 분야와 딜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인수합병(M&A) 전문가로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내년에 몇 가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가치 평가를 두고는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통한 가치 재평가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 전반적인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T는 이날 ‘ABC’ 중심의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B2B 디지털전환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인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KT는 “지금까지 모바일, 인터넷, IPTV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 중심의 사업을 펼쳐왔다면, 앞으로는 B2B 시장으로 DX 역량을 확장해 미래성장 기반을 닦고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