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이인영 "美바이든 정권 들어서도 트럼프의 북미 약속은 지켜야"

"과거 한미 정부, 새로운 것 구상하려다 시간 보내...

남북이 대화하다 서로 미워하고 상처주는 일 반복"

"누가 돼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차질없이 진행"

"北, 한반도 인위적 긴장 고조는 바람직하지 않아"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미국 정권이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합의한 내용은 준수해야 한다며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던 상황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트럼프 정부에서 북미 간 약속이 진전됐으니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기조를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장관은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생명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 축사자로 나서 “복잡한 미국 선거제도의 특성상 최종 당선자 확정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어 보시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말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어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의 입장이 때때로 달라 이전 정부의 성과를 이어나가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구상하려 시간을 보내거나 남북이 대화를 하다가 다시 미워하고 잘 만나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며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법을 찾아가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장관은 또 “기회가 되는대로 이러한 입장을 차기 미 행정부에 전달하고 초기부터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어 가겠다”며 “지난 2018년부터 남북 간에 세 차례, 북미 간에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은 평화와 협력에 대한 대합의를 이뤘고 북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대타협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러한 남북·북미 간 합의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며 “북한 역시 미 대선결과를 지켜보며 지난 시간 북미 간의 약속이 조금은 진전되었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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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안보환경 속에서 전통적 가치가 수정된 ‘뉴노멀 시대’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봤다. 이 장관은 “세계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연결되어 있고, 특히 보건의료와 재해재난,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야 할 절박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미국에 들어설 차기 정부 역시 이러한 시대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고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전향적 정책과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법 크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 도발 가능성도 경계했다. 이 장관은 “이러한 때 일부에서 우려하듯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의중을 탐색하기 위해 한반도에 인위적인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라며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9년 4월 전 세계 앞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했지만 북한은 그 바로 다음 달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고 그 결과는 부정적 여파만 증폭시켰다”고 회고했다.

이 장관은 “이러한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미국 차기 정부가) 오히려 남북·북미 간 합의 사항을 착실히 이행하려는 매우 전향적이고 유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남북·북미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데 있어 훨씬 더 효과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우선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북측이 호응한다면 평화와 공존의 ‘남-북-미 시대’를 다시 새롭게 열어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끝으로 “중단된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보건의료, 재난재해, 농축산, 산림, 공유하천 등 남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의 길로 나오길 기대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서로 연결된 생명·안전공동체이며 남북협력이 최고의 안보라고 언급하신 것도 이러한 취지라고 이해한다”고 주장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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