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는 e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 필요성이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가 더 발전하면 언젠가는 편견 없이 병역특례가 적용될 것으로 믿습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e스포츠 선수에 대한 병역특례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20초 동안 침묵이 흐를 정도로 어렵게 말을 골랐다. 그만큼 병역특례는 e스포츠계의 숙원인 동시에 예민한 문제다.
이상혁은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자체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비해 명성이 낮고 상대적으로 시청자가 적기도 해 법적 특례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물론 국제적으로 크게 국위선양을 하는 측면은 있지만 국내 정서에는 와 닿지 않을 수 있어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앞으로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논의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스포츠 선수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쪽은 예리한 감각이 필수인 프로게이머의 평균 선수활동 기간이 5.3년 정도에 불과하고 롤드컵 경기가 16개 언어로 전 세계에 생중계돼 약 5,000만명이 시청한다는 점에서 국위선양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대회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는 시범종목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e스포츠가 채택되기도 했다.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최종 채택 단계에서 불발됐지만 e스포츠의 국제체육대회 편입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사자인 이상혁이 생각하는 e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의 전제조건은 위상제고와 인정이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상혁은 “우선 e스포츠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바탕으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느 스포츠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 또한 각 종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로 e스포츠의 개념이 확실히 잡혀야 일반대중도 e스포츠의 운영방식 등을 이해하고 선수들이 원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혁이 제시한 또 다른 과제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이다. 그는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 “다만 이는 어느 스포츠 종목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저를 포함한 많은 e스포츠 종사자들이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결과로 보여드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성형주기자
◇He is △1996년 서울 △2013년 T1(옛 SK텔레콤 T1) 입단 △2013·2015·2016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e스포츠(시범종목) 은메달 △2020년 T1 파트오너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