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환율 장중 1,110원선 무너져도...선뜻 못 나서는 외환당국

단기 저항선 1,050선도 붕괴 전망 불구

올 상반기 외환매도액 지난해 수준 육박

환율조작국 우려로 시장개입 조심스러워

1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화이자 등 미국 관련 뉴스가 보인다. /연합뉴스1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화이자 등 미국 관련 뉴스가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 전후로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선뜻 속도조절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칫 예상보다 빨리 단기 마지노선인 1,050원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원10전 내린 1,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와 외국인의 증시 매수세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110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이날 마감 환율은 지난 2018년 12월4일(1,105원30전)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날 숨고르기를 한 뒤 다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속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입되며 중국 위안화와 함께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도 원화 강세 흐름에 힘을 실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지만 외환당국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9일에도 환율이 급락하면서 1,100원대 진입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개입의 강도는 약했다. 당일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1,110원대 중반에서 속도조절에 나섰으나 ‘쇼트 플레이(매도 물량)’ 영향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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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당국이 적극적인 매수 개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10월에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과 관찰대상국 등을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대선과 맞물리면서 연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 1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한국은 환율조작국을 판단하는 세 가지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해 관찰대상국에 머물렀다. 만약 외환순매수가 급증하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환순매도 규모는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공개하는 외환당국 순거래 내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매도 금액은 61억9,600만달러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66억7,000만달러)에 육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만큼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장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환율 정책에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바이든 당선인이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속도조절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라며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 자체가 쉽지 않고 상황이 바뀌는 변곡점이 있어야 개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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