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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코로나19 환자가 부족하다”...코로나19 치료제 임상 ‘동유럽행 러시’

셀트리온·일양약품 등 임상시험 참가자 찾아 동유럽행

국내 환자 수 100명 수준에 불과...낮은 참가율로 난항

동유럽은 환자 많은데다 임상시험 규제 느슨해 각광

병원 신뢰 낮고 관련 정보 부족한 점은 고민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에서 예방효과가 90% 이상에 이른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참가자를 찾기 위해 동유럽으로 떠나고 있다.

동유럽은 국내에 비해 임상을 실시할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많고, 미국이나 서유럽에 비해 임상관련 규제가 덜 까다로우며 국내에 비해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아 국내 보다 훨씬 임상을 진행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일양약품·종근당 등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동유럽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헝가리에서 코로나19 치료제 ‘CT-P59’의 임상 2상과 3상을 승인을 받았고, 일양약품은 지난 5월부터 러시아에서 ‘슈펙트’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역시 항응고제 ‘나파벨탄’의 임상 2상을 러시아에서 시작했으며, 바이오벤처 샤페론은 루마니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누세핀’의 임상 2상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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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동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임상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100명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명에 달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코로나 경증환자들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병원 대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어렵다. 보건당국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 참가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확진 판정만으로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야 하는 등 번거롭고 힘이 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임상시험 참가는 더욱 꺼린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전에는 개발사들이 임상시험에 참가자들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지급했지만 기관생명윤리심사위원회(IRB)의 규제로 대가가 크게 줄어 참가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율은 저조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CT-P59의 임상시험 참가자는 52명이다. 목표 환자인 3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셀트리온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시험을 신청할 당시 임상 2상에서 300명, 임상 3상에서 7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동유럽의 임상 비용이 미국과 서유럽의 80%~90%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임상과 관련한 정부 규제도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신약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인근 국가에서는 임상 3상 시험만으로 허가를 취득할 수 있도록 연계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국내엔 코로나19 환자 자체가 많지 않고 임상시험 지원자도 적어 치료제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임상시험 제도를 확인한 결과 동유럽 지역이 임상시험 대상이 풍부하고 관련 규제도 합리적이어서 매력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임상시험을 수행할 병원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은 동유럽 임상시험의 단점이다. 아울러 서유럽과 미국의 경우 임상시험 후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사실상 전 세계에서 판매할 수 있지만, 동유럽에서 임상을 마친 경우 미국·서유럽·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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