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한국 기업인을 위해 도입했던 한중 기업인 입국절차간소화 제도(패스트트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에 달하는 격리기간을 이틀로 줄일 수 있었던 패스트트랙이 끝나면서 삼성전자(005930) 등 중국 현지 공장에 인력을 급파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충이 커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13일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전세기 2편이 모두 취소됐다. 중국 민항국은 이들의 출국 사흘 전에 급작스럽게 전세기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해당 전세기에 탑승 예정인 인원은 200여명으로, 시안공장 증설을 위한 기술 인력들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으로 떠나야 할 이들이 전세기 탑승 대신 일반 정기 항공편을 통해 입국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삼성전자 기술인력을 포함한 한국 기업인들이 패스트트랙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일반 입국자들과 동일하게 28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패스트트랙을 적용받게 되면 입국 직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 사람에 한해 2일간 자가격리한 뒤, 거주지와 일터만 머물 수 있는 조건으로 외부활동을 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시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제2공장의 양산 준비단계를 챙겨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앙 정부가 자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전세기 노선의 이착륙을 제한했다”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지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격리기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연말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우시 팹리스 공장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물론 지난 7월 양산에 돌입한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보유한 LG디스플레이 등도 사안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들 두 회사는 이달 내 대규모 인력을 급하게 파견할 필요는 없어 당장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중 양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이동이 어려워지자 경제계의 활발한 교류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기업인들이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혜택을 제공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시범적으로 운영됐던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은 5월 10일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최근 주한중국대사관은 이달 11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에 대해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진담검사 음성확인서 두 장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코로나19 해외유입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