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를 열고 전담 ‘에너지 차관’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그린 뉴딜 방안을 마련해오라’는 명령을 받고 발바닥에 땀 나게 뛴 환경부와 산업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간 경쟁은 산업부의 사실상 승리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다른 부처들이 졌다고 너무 서운해할 것까지는 없어 보인다. 탈원전이 핵심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공은 누가 뭐라 해도 산업부에 있으니 말이다. 탈원전이 갖는 의미는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날 정도다. 대권 주자로 떠오르면서도 자리를 지켰던 윤석열 총장은 검찰이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 1호기 관련 수사에 착수한 얼마 후 기습 해고 통보를 받았다.
요즘 말로 에너지 차관은 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했을까. 7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 기후 위기 대응이 ‘따로국밥’이라고 지적했다. 총괄은 환경부, 산업 분야는 산업부, 수송 분야는 국토부가 각각 온실가스 감축을 진행하는 만큼 전 부처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선택은 ‘산업부 몰아주기’다. 문 대통령은 에너지 전환, 산업 혁신, 미래차 전환, 혁신 생태계 구축, 불평등 없는 공정 전환 5개 분야를 탄소 중립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5개 중 4개가 산업부 담당이다. 여기다 차관 자리가 추가되면 조직을 늘릴 수 있고 인사 적체도 일부 해소된다. 연쇄 승진도 기대해볼 만하다. 위상 강화를 명분으로 타 부처 업무를 떼어올 수도 있다.
월성 1호기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 문건을 포함해 444건의 자료를 삭제한 산업부는 차관 자리 하나를 ‘하사’받았고 ‘역린’을 건드린 검찰총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괘씸죄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는 ‘자리 지키려면 말 잘 들어라’ 하는 서늘한 메시지를 공직 사회에 던졌다. 이것이 ‘민주화 세력’이 만든 정권이 공무원을 다루는 방식이다.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