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韓게임에 빗장 연 中...일회성? 문호 확대?

왕이 방한 뒤 4년래 첫 유통 허가

업계 "40조 시장 물꼬" 반기지만

5년전 나온 서머너즈워에만 개방

전문가 "정치적 제스처" 낙관 경계




중국이 약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版號·유통허가증)’를 발급하면서 업계에서는 ‘게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판호 발급이 이뤄진 시점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불안한 미중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교적 명분을 갖추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3일 컴투스(078340)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옛 광전총국)는 전날 총 42개 외산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으며, 이중 국내 게임사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정식으로 발급된 것은 중국이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시행한 이후 처음이다.

게임업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중국 게임 시장에 다시 활로가 뚫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위메이드는 모바일 MMORPG ‘미르4’, 펄어비스는 대표 MMORPG ‘검은사막’의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도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신작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신작 출시를 앞둔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수출길이 드디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판호 발급을 통해 게임업계의 한한령이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7년 이후로는 판호 발급이 오로지 중국 당국의 손끝에 달려있어 기준과 시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역시 지난 2015년 출시된 게임으로 타이밍이 한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신청한 판호가 4년 만에 돌연 발급됐다”며 “신작효과가 떨어지는 게임의 판호를 발급한데다, 시점 역시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고 말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 역시 “게임은 생선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번에 판호를 발급한 42개 게임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 같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경쟁력있는 최신게임은 비껴가면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력을 갖춘 중국 게임에 위험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만 발급이 이뤄졌다. 실제 ‘템플런(2011)’, ‘투더문(2011)’, ‘캔디크러쉬사가(2012)’ 등 이번에 외자판호를 받은 게임 대다수는 이미 출시된 지 수 년이 지난 게임들이다.



중국의 이번 판호 발급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중국 당국의 정치적 움직임에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 외교부장 방한 같은 이벤트를 기점으로 찔끔찔끔 판호를 발급하면서 한국의 반응을 살필 것은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중국 당국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 역시 “이번 판호 발급은 중국이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 강화를 경계하고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이뤄진 것”이라며 “게임 판호는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한국을 배려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적절한 카드”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수의 제한된 외자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기 중인 한국 판호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판호라는 허가 제도 자체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리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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