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사라지는 전세…서민 더 힘들게 하는 ‘선의의 역설’

새 임대차법 시행 4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이 줄고 반전세·월세 비중이 늘어 서민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8,691건 가운데 전세(5,345건) 비중이 61.5%를 차지해 7월 72.9%에서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전세 거래량도 7월 1만 3,346건에서 11월 5,354건으로 크게 줄었다.


시장을 거스른 정책이 부작용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는 2년마다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서민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며 7월 31일 계약 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민간 주택 공급은 꽉 막힌데다 다주택자 보유세·양도세·취득세 강화 조치까지 나온 상태에서 졸속 시행된 법은 되레 임차인을 괴롭히는 악법이 돼버렸다. 전세 물량은 자취를 감추고 임대료마저 폭등해 무주택 서민들만 더 힘들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0.28% 올라 2015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소유자들이 월세를 올려 세금을 내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또 12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값은 8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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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과 전월세난의 악순환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줄일 방법은 공급 확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우선 전월세난을 초래한 새 임대차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움켜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취득세 완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민간 중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양질의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시장 원리에서 벗어난 정책은 필연코 ‘선의의 역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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