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 1위 업체인 쌍용양회에 지난해 11월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2년간 강원도 동해와 영월공장에 총 1,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폐합성수지 재활용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의 유연탄 대체비율이 현재의 두배 수준이 넘는 50%까지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조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구매 비중을 줄이는 한편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유연탄 대체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가 이미지 변신에 한창이다. 오염물질 배출 업종에서 폐기물을 연료화해 자원재활용에 나서는 환경 친화 업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석회석 등 광물원료를 1,450℃가 넘는 초고온으로 가열해 용융시켜 만드는데, 이때 유연탄을 사용해 온도를 높인다. 그런데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통해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경우 순환자원의 연료대체율이 35~40%에 이른다. 특히 오는 2023년까지 최대 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시설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의 결과 시멘트 업계 전체의 순환자원 재활용규모는 지난 2017년 699만 7,000톤에서 2018년 743만 5,000톤, 2019년 809만 3,000톤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도 2019년과 엇비슷한 수준이 예상돼 최근 3년간 100만톤 넘게 재활용 규모가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경기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연탄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한 폐플라스틱 활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계의 한 임원은 "폐플라스틱 활용이 유연탄 시세에 따른 대체재 성격이 있어 시세도 변수"라며 "형편에 여유가 있는 업체부터 순환자원 활용을 위한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봤다. 강태진 서울대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미 다양한 폐플라스틱을 유연탄 대체 연료로 재활용하고 있다"며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시멘트산업을 매개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