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세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자국 교과서나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우익 사관을 옹호하는 일본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일부 중학교 교과서에 사용되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의 삭제를 일본 문부과학성에 요구했다.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새역모는 야마카와출판의 교과서에 “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중국·필리핀 등에서 여성이 모집됐다. 이른바 종군 위안부”라고 적힌 문장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단체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당시 전쟁 중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 용어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종군은 종군카메라맨, 종군간호사 등 군속(軍屬, 군인 이외에 군대에 속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며 위안부가 군속으로 근무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문부과학성은 새역모가 작년 12월 제출한 이런 의견에 기재 내용을 정정하도록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군대를 따라간다는 의미의 '종군'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인식을 심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군 당국이 위안소 설치를 요구했고 위안소 운영 등에 관여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노예와 같은 생활을 강요받았던 점을 폭로한다는 차원에서 ‘성 노예(sex slav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현재 환영받는 표현은 아니지만, 새역모의 문제 제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 우선 표기 방식을 문제 삼아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설명을 싣는 것을 포기하게 하거나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폭력성을 희석하려는 속셈이다.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한 고노담화를 공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당시 담화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새역모는 이 용어에 시비를 걸어 고노담화를 깎아내리거나 담화 수정 요구를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익 성향을 띠는 산케이신문은 문부과학성이 새역모의 요구에 응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는 동(同) 기술(종군 위안부)이 등장하는 1993년 고노 관방장관 담화가 있으며 지금도 교과서 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익 사관을 추종하는 세력의 그간 행적에 비춰보면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은 고노담화를 공격하기 위한 땅 고르기 작업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새역모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 보인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새역모가 이번에 제출한 의견은 작년 12월에 낸 의견서와 동일하다”며 “'교과서 정정 권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답변과 비슷하게 회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