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성원전 폐쇄 전 靑 협의 정황…북한 원전 건설 협력 문건 작성 기록도

檢 '산업부 삭제 파일' 수사결과

'BH 수정 요청·송부' 등 표시

북한 관련 핀란드어 폴더에

원전 추진 줄임말 '북원추' 포함

관련 공무원 3월 9일 공판 예정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0월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한 시민이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를 바라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0월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한 시민이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를 바라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보고하는 등 청와대와 사전 협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을 통해서다. 이들이 지운 파일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과 관련한 문건도 다수 포함돼 있어 또 다른 논란도 예상된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가 공용 전자기록 손상, 감사원법 위반, 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한 이른바 산업부 3인방은 감사원 감사 직전 530건의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으로 감사원이 감사에 돌입하려 하자 A 국장이 지난 2019년 11월께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 주중에는 사람이 있으니 주말에 정리하라”고 B 과장 등에게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후 B 과장 등은 같은 해 12월 1일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용 컴퓨터 내 파일을 삭제했다. 또 한글 자음 등 임의의 문자를 기재해 수정·저장한 뒤 삭제했다. 디지털 포렌식 절차로 복구할 수 없게 하거나 파일을 다시 복구하더라도 포함 내용을 인식할 수 없게 하려는 움직임이었다는 게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내린 판단이다.

문제는 이들 파일 가운데 상당수에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수정하거나 사전 보고한 정황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문건 파일에는 몇 번 고쳤다는 것을 표현하는 ‘v(버전)’ 표시는 물론 ‘BH(청와대) 수정 요청·송부’ 등의 표시가 제목에 달려 있었다. 실제로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즉시 가동 중단을 결정할 예정 등을 청와대에 미리 보고하는 문건에는 ‘BH 송부’라는 표시가 돼 있다. 또 다른 문서에는 ‘BH 수정 요청 반영 재제출’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한 문서에서는 ‘BH 기보고 사항’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산업부가 수시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문서를 수정하는 등 수시로 협의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들 정황을 숨기기 위해 산업부 공무원들이 문건을 대거 파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삭제 자료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도 다수 포함돼 있어 정치적 후폭풍도 예상된다. 해당 파일이 발견된 폴더의 이름은 북쪽이라는 뜻의 핀란드어 ‘뽀요이스(pohjois)’와 ‘북한 원전 추진’의 줄임말로 읽히는 ‘북원추’ 등이다.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나 북한 전력 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 사례 파일 등이 들어 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파일 이름의 숫자상으로는 ‘2018년 5월 2~15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 관계자나 산업부는 북한 원전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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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삭제한 자료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자료인 데다 지운 시기가 감사원이 산업부의 자료 제출 비협조 등으로 산업부를 직접 방문해 디지털포렌식 방식으로 자료 확보 조치를 시행하기 하루 전이라는 점에서 이들 3명의 산업부 공무원에게 감사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출입 권한 없이 산업부 사무실을 침입해 파일을 삭제했다는 점에서 공용 전자기록 손상, 방실침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애초 이들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은 이달 26일로 잡혔었다. 하지만 대전지검이 사건 수사팀장인 이상현 형사5부장 명의로 8일 기일 변경 신청 의견서를 재판부에 보내면서 오는 3월 9일로 늦춰졌다.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사건 핵심 인물들에 대한 남은 조사를 충분히 한 후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면서 재판 일자가 연기된 것이다.

/안현덕·구경우기자 always@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안현덕·구경우기자·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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