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음성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인 ‘클럽하우스(Clubhouse)’의 한 대화방에 1,000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방을 개설한 이는 아이돌 그룹 JYJ 멤버인 김재중. 그는 이날 한국어와 일본어로 다양한 참여자들과 양국의 일상 및 근황 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앞서 6일에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유니클로의 사토 가시와 아트디렉터가 만든 대화방에 3,000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의 실시간 음성 버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가 국내 서비스 시작도 전에 입소문을 타며 화제다. ‘초청제’라는 희소성에 더해 유명인들의 가입·참여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정보기술(IT) 관련 전문가들과 연예인, 각 분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디지털판 ‘살롱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가입에 필수적인 ‘초청장’을 구하기 위해 중고 거래 사이트나 SNS에서는 돈을 주고 초대장을 거래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트위터의 음성 버전’으로 불리는 클럽하우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알파익스플로레이션(Alpha Exploration)’이 지난해 4월부터 애플의 iOS 기반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특정 주제로 개설된 ‘룸(대화방)’에서 텍스트 대신 연설이나 강연·대화 등 음성으로 교류하는데, 방 개설자인 ‘모더레이터’가 원하는 참여자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진다.
앱은 기존 가입자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 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100% 초청제로 운영된다. 제한된 인원이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며 문화와 유행을 주도했던 19세기 프랑스 살롱 문화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다. 일종의 ‘인증 심리’ ‘구분 짓기’와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어우러져 지금의 가입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명 인사와 직접 교류·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클럽하우스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이달 1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참여한 ‘게임스톱 주가 폭등’ 관련 토론방에는 순식간에 5,000명 이상이 몰려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정식 개시되지 않았지만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부터 정재승 KAIST 교수, 배우 장근석 등 유명 인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가’로 유명한 노희영 전 CJ 고문은 업무 철학과 경험을 공유하는 대화방에 참여해 참여자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희소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이용자는 “텍스트보다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음성 소통이 다소 낯설고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다른 SNS 플랫폼처럼 이용이 보편화돼도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