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육·해상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 체인 비전을 내놓았다. 수소 사업의 범위를 육상에서 해상까지 넓힌 것은 국내 그룹사 중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이다. 미래 산업으로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에 흩어졌던 수소 산업 역량을 한데 끌어모아 ‘친환경 조선해양·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25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콘퍼런스콜 방식의 온라인 기업 설명회를 열고 그룹의 미래 성장 계획 중 하나인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의 골자는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수소 관련 사업과 기술을 한데 모아 오는 2030년까지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룹의 조선·해양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조선해양(009540)은 ‘그린수소’ 생산과 운송을 담당한다. 그린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는 수소를 뜻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를 건설,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바닷물로 수소를 추출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전력은 해상 풍력발전을 통해 공급한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수소를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운송에는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을 활용해 항해 도중에도 이산화탄소 제로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운반선과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연료 공급 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의 개발 속도를 높인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은 내연기관 대비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 높고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선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화석 연료에서 추출되나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을 본격화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생산된 블루수소를 탈황 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 개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현대일렉트릭(267260)과 현대건설기계(267270)는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 사업과 건설기계 장비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무소음 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축을, 현대건설기계는 업계 최초로 수소 기반의 중대형 건설 장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권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그룹이 가진 첨단 기술력과 인프라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