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트리플 악재' 덮친 게임업계 인력관리

중견사 웹젠도 네번째로 노조 설립…업계 전체 확산 가능성

주 52시간·인건비 상승 이어 생산성 저하 우려에 예의주시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인력 부족에 급여인상 바람까지 불면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게임업계에 노동조합 설립까지 더해져 인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원격 근무로 생산성 저하를 겪고 있는 게임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사진제공=민주노총






5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은 웹젠 노조 ‘웹젠위드(WEBZENwith)’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네번째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웹젠위드 관계자는 “웹젠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노조를 설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측 관계자는 “아직 노조에서 공식적인 교섭 요청이 오지 않았다”며 “노조의 요청이나 건의가 있으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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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웹젠 노조 설립으로 게임업계의 노조 설립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도 지난 해 7월 노조를 결성했다. 웹젠을 포함해 이들 노조 모두 민노총 화섬노조 산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노조가 만들어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조 단위 매출의 대형사이고, 엑스엘게임즈는 모회사인 카카오도 노조가 있다”며 “20년 업력의 웹젠에서 노조가 설립되자 중견 게임사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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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노조 설립 배경에 ‘급여 인상’이 있다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웹젠은 지난 달 9일 성과급과 연봉 인상을 포함해 전 직원 평균 2,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2,940억 원, 영업이익 1,082억 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보상이다. 웹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보다 67%, 영업이익은 109% 늘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소수의 임원들만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아 가고 직원 대다수는 몇백 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게임업계가 전 직원 연봉을 800만~2,000만 원씩 올린 가운데 웹젠은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안을 내놓자 노조가 결성됐다”며 “개발자 구인을 위해 한계까지 급여를 끌어 올린 기업들이 이제는 성과급 지급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52시간제 도입 이후 생산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게임업계는 이번 웹젠의 노조 설립이 또 다른 생산정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출시 직전 마무리에 집중하는 ‘크런치’가 힘들어져 출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급여 상승에 근무 시간 조정까지 이래저래 게임 개발이 힘들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울러 게임업계는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확산된 점도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NC)는 지난해 말 출시할 예정이었던 리니지2M 대만·일본 출시를 코로나19 여파로 올 3월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ICT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합류하면서 개별 기업의 상대 우위는 사라졌다”며 “게임사는 인력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만큼 인건비와 생산성 간 균형을 잡는 종합적인 인적자원관리(HR) 능력이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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