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재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 위기에 처한 반도체 산업을 살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국제사회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관계망을 통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국가 비상시국에 이 부회장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경제 회복과 관련된 의견 청취를 위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있었다”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재계는 반도체 투자와 백신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제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대규모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사면해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이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신 민간 외교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 부회장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글로벌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영 현장”이라며 “삼성의 과감한 투자로 반도체 산업을 살리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백신 확보에도 힘을 보태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치권도 ‘이재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백신 등과 관련한) 전 지구적 재난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익을 생각해 역할이 있으면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역시 “오는 5월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가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구속 중인 이 부회장을 긴급 임시 석방하는 절박한 모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홍우 송종호 서종갑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