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030 반발 놀란 여당…'암호화폐 과세' 제동 걸리나

'稅공제 상향·과세 유예·은성수 사퇴' 등 청원 봇물

與 "다음주 안에 암호화폐 관련 대응 기구 발족"

2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광풍 속에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투자자의 불만이 폭발하자 내년에 시작될 과세 계획에 제동이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 당국의 어설픈 구두 개입으로 2030세대의 원성이 커지자 여당에서도 암호화폐 과세 유예 주장이 제기되고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동학 개미들의 반발로 주식 양도세 공제액이 뒤집어진 사태 등이 재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암호화폐 관련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표적으로 “암호화폐 세금의 공제금액을 증액해주시고 과세 적용 기간을 더 미뤄주세요”라는 글에 4만 5,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특히 지난 22일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국회에서 언급하며 암호화폐 투자자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훈계해 논란이 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1만 명을 넘었고 “은 위원장의 해임을 요청한다”는 별도 청원 역시 6,000명을 넘어섰다.



최근 ‘코인 영끌’로 불릴 만큼 2030세대 젊은 층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월 말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 개를 돌파했으며 하루 거래액도 2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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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자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소득세 부과를 유예하거나 관련 공제액을 높여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를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 원을 기본 공제한 뒤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로 분리 과세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내년에 비트코인 투자로 1,000만 원의 차익을 냈다면 수익에서 기본 공제액인 250만 원을 뺀 750만원의 22%인 165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일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 수가 11만 명을 넘어섰고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및 기본 공제금액 상향을 요구하는 청원도 4만 5,000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일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 수가 11만 명을 넘어섰고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및 기본 공제금액 상향을 요구하는 청원도 4만 5,000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재부는 오는 2023년부터 시행될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 공제액을 2,000만 원으로 정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는데 코인 투자를 이끄는 2030세대가 세력화해 이 같은 상황을 재연출해보려는 것이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부터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려다 동학 개미들의 반대로 정치권과 청와대가 결국 10억 원 유지를 압박해 물러서며 체면을 구긴 적이 있는데 암호화폐 과세를 놓고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실정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선 참패의 최대 요인인 2030세대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암호화폐 과세 및 규제 등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가상화폐 관련 대응 기구를 조만간 내 발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가 투자 상품으로 인정하는 주식·펀드와 제도권 인정을 꺼리는 암호화폐와는 과세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양도세 기본 공제 금액은 대부분 250만 원이고 주식시장에 예외를 적용해 기본 공제액이 커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계에서는 암호화폐 과세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동건 한밭대 교수는 최근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 “가상자산은 무형자산보다 금융자산 개념으로 봐야 하므로 기타소득 과세보다는 양도소득 과세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세종=황정원 기자·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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