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국제 여행 출입국 시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산 백신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정기적으로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해야 하는 중국인과 반대로 세계 2위 경제 국가에서 사업 기회를 잡으려는 서방 국민이 선택에 기로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시노팜 등 5개 자국산 백신에 대해 사용 승인을 내렸다. 충분히 자급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외국산 백신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거꾸로 한국과 미국, 주요 유럽 국가들은 중국산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긴급 승인을 미루고 있다.
서구 국가 입장에서는 중국산 백신을 승인하자니 신뢰성이 떨어지고 무시하기에도 이미 중국산 백신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돼 있어 고민이 크다. 실제 중국산 백신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 자국산 백신 수출을 통제하는 와중에 중국산 백신 공급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산 백신이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됐고 80여 개국에 유무상 지원됐다”고 밝혔다. 중국산 백신의 올해 해외 총 공급 규모만 1억 2,000만여 도스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미국·유럽 등 서구의 백신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순 경제 교류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인 관광객(유커)가 미국이나 유럽·한국 등 관광 시장의 최대 고객이라는 점에서 중국산 백신 배척과 이를 맞은 중국인의 인정 거부는 관광 산업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은 화이자 백신 등을 맞은 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여름부터 (화이자와 모더나 등) 유럽의약청이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의 유럽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서방의 이런 백신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결국 인적 교류 차질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유럽·미국에서 중국과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중국 입국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해외에 나가려는 중국인도 외국산 백신을 구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서방 국가에서 중국산 백신의 효용을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EU 가운데 백신 접종자에게 처음으로 국경을 연 아이슬란드는 중국산 백신을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WHO가 긴급 승인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WHO는 지난달 중국산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의 긴급 승인 신청을 보류하면서 진일보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르면 오는 4월 말 긴급 승인이 내려질 수 있다. 중국도 7월 전에 외국산 백신 중에서는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중국산 백신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산 백신 허용은 보건 위생 문제만이 아니라 이미 정치적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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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