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에 뛰어든다는 건 이 시장이 충분히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다만, 대기업과 함께 국내 제조를 활성화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입니다. 국내 생산의 장점을 살려 '1위 창문형 에어컨'을 유지하겠습니다."
2019년부터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선도해 온 파세코(037070)의 유일한 대표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진입에도 이같이 자신감을 표했다. 근거는 단연 '원조 창문형 에어컨'이라는 자부심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산 제조 기술력이다. 파세코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20여 개의 창문형 에어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파세코는 26일 안산에 있는 파세코 본사이자 생산 공장을 팸투어를 통해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품부터 제조 공정, 품질 검증 과정까지 속속들이 내보인 것이다.
1974년 신우직물공업사에서 시작한 파세코는 어느덧 반월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 기업'이 됐다. 당시에는 6번째로 들어왔지만 이제 7,000여 기업이 모인 반월공단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게 됐다. 시설 규모도 커졌다. 주변으로 부지를 넓혀 3만 3,000㎡(1만 평)에 증축한 공장동이 가득 찼다. 한쪽에서는 대표 겨울 가전인 난로를, 다른 쪽에서는 여름 가전인 창문형 에어컨을 동시에 만들고 있는 흔치 않는 생산 시설이다. 현장에서는 500여 명의 직원들이 성수기·비성수기 가릴 것 없이 사계절 내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파세코는 세계 1위 난로 제조사다. 2000년대 들어서 일본산 난로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라섰고, 현재 미국, 유럽은 물론 중동까지 진출해 심지식 난로로는 절반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캠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급 캠핑 난로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건너편 공장에는 파세코의 주력 상품인 창문형 에어컨이 대형 U자 모양의 생산 라인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루 8시간 기준 라인 당 700대를 출고할 수 있다. 세 번째 버전의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이는 파세코는 앞서 지난해 에너지 효율 1등급을 시장 표준으로 이끈 데 이어 올해는 '소음'을 품질 개선의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생산 라인 첫 부분부터 LG 듀얼 인버터 컴프레셔가 눈에 띄었다. 창문형 에어컨에 처음 적용한 듀얼 인버터가 전력 사용량은 10% 절감하고, 소음도 38%가량 줄였다. 유 대표는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3은 국내 최고급 에어컨 수준인 37.1 데시벨(db)로 저소음을 공인 받았다"며 "아이들 방에 설치해도 마음 놓고 잘 수 있도록 최적의 부품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라인을 따라서 파세코의 꼼꼼한 제품 테스트 절차를 엿볼 수 있었다. 통상 3분가량하는 진공 작업을 15분으로 늘려 냉매를 완벽히 주입하고, 생산 라인에서 모든 제품의 소비전력과 소음을 일일이 점검한다. 그야말로 전수 검사인 셈이다.
지독하다시피 한 품질 원칙과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파세코는 본격적으로 '창문형 에어컨 전문기업'을 선언했다. 유 대표는 "'누구나 시원할 권리가 있다'는 모토로 3년 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개척했고, 기능적인 면에서 기준점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산 제품보다 국내 생산 제품이 품질이 훨씬 좋고, 서비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파세코는 '72시간 AS 방문제'와 '리틀 자이언트 창문형 에어컨(가칭)'을 들고 나왔다. 중소기업 가전 제품의 취약점으로 알려진 AS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소비자가 AIS 서비스를 요청했을 때 72시간 내에 방문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새 제품으로 교체해준다. 유 대표는 "품질에 자신이 있고, 서비스 요원도 확대한 만큼 창문형 에어컨 전문 기업으로 품질 보증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현장에서 최초로 기존 제품보다 20%가량 사이즈가 작아진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였다. 가칭 '리틀 자이언트 창문형 에어컨'은 5월 출시 예정이다. 제품 높이가 850mm에서 685mm로 작아졌고 무게도 가벼워져 설치가 더 쉬워진다.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파세코는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 보급된 중국산 제품보다 품질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파세코는 앞서 지난해 베트남 첫 수출에 이어 싱가포르 출시를 앞두고 있고, 중동·남미·북미 지역에서도 시장 진출이 협의 단계에 있다. 유 대표는 "창문형 에어컨에만 17개 특허를 출원하고 확보한 기술력에 해외에서 반응이 뜨겁다"며 "온전히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K-기술력을 강점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