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파 퍼트를 놓쳐 미끄러진 뒤 12m 버디로 벌떡 일어서고는 신기의 벙커 샷으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장하나(29)가 시즌 첫 승을 움켜쥐었다. 지난해 11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7개월 만의 우승. 통산 14승째다. 특히 2012년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10년 연속 매년 1승 이상씩을 올리는 기록을 작성하면서 ‘꾸준함의 대명사'라는 별명을 재확인했다. 3~4년 전부터 탄산 음료를 입에 대지 않는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장하나다.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 상금 8억 원)에서 장하나는 나흘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뒤 연장 끝에 정상에 올랐다. 18번 홀(파4)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에서 장하나는 파를, 유해란은 보기를 적었다. 상금 1억 4,400만 원을 보탠 장하나는 시즌 상금 랭킹 4위에서 2위(3억 8,070만 원)로 올라섰다. 대상(MVP) 포인트와 평균 타수는 전체 1위다.
역대 최초 상금 50억 원 돌파를 자축하는 우승이었다. 공동 3위에 오른 지난주 대회에서 1·2부 투어를 통틀어 통산 상금 50억 원을 넘어선 장하나는 이날로 1부 투어 통산 상금 50억 원도 돌파했다.
2라운드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뒤 3라운드에 유해란에게 선두를 내주고 1타 차 2위로 내려갔던 장하나는 유해란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 전반에는 보기만 2개를 범했지만 후반 들어 버디 4개(보기 2개)로 뒷심을 발휘했다.
13승 중 7승을 9월 이후에 올리는 등 가을에 유독 강했던 장하나는 올해는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첫 2개 대회에서 연속 준우승한 뒤 기권한 1개 대회를 빼고는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톱 10을 기록 중이다.
장하나는 14번 홀(파5)에서 1m 파 퍼트를 놓쳐 1타 차 공동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15번 홀(파4) 130야드 두 번째 샷을 핀 90㎝에 붙인 끝에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를 되찾았다. 이어 두 번째 샷이 아슬아슬하게 물에 빠지지 않은 16번 홀(파4)에서는 12m 버디 퍼트를 넣어 단독 선두로 나섰다.
17번 홀(파3)부터는 유해란과 1 대 1 결투 분위기로 흘렀다. 유해란이 티샷을 90㎝에 붙여 공동 선두로 올라간 것. 18번 홀(파4)에서는 둘 다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는데 장하나가 가까운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에 갔다.
연장에서도 둘은 벙커 샷 대결을 벌였다. 이번에는 자리를 바꿔 장하나가 오른쪽 벙커, 유해란은 왼쪽 벙커였다. 스탠스를 어깨 너비의 두 배 만큼 넓게 선 채 신중하게 샷을 준비한 장하나는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더 가깝게 핀에서 한 걸음 남짓한 거리에 볼을 갖다 놓았다. 유해란의 파 퍼트가 빗나간 뒤 파 세이브에 성공한 장하나는 눈을 감고 주변의 환호성을 즐겼다.
경기 후 장하나는 “벙커 세이브 부문 1등이라 벙커 샷 때마다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했다”며 10년 연속 우승 기록에 대해서는 “인복이 타고난 선수인 것 같다. 힘들 때마다 옆에 계셨던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위 경련 탓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경기 했다는 그는 “전반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12·13번 홀 쯤에 주변에서 ‘장하나 파이팅’이라는 소리를 듣고 번쩍 힘을 냈다. 후배들을 위해, KLPGA를 위해 나 자신을 더 갈고 닦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 유해란은 아깝게 우승은 놓쳤지만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2타를 줄인 지난 시즌 대상(MVP) 최혜진도 시즌 최고 성적(5언더파 3위)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박주영은 1타를 잃고 4언더파 공동 4위로 마치면서 데뷔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신인 손주희도 4위로 마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