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호텔가 빙수 전쟁이 뜨겁다. 한 그릇에 6만 원을 넘어서며 빙수의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호텔 로비에는 이를 맛보기 위한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스몰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호텔 프리미엄 빙수를 찾는 고객들은 주로 2030 젊은 층이다. 이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특급 호텔을 방문하고 사진으로 공유하는 등의 경험을 소비에 포함시켜 매년 오르는 빙수 값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호텔 빙수를 찾고 있다.
8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조선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조선팰리스는 첫 빙수로 제주 카라향 빙수를 선보이며 6만 8,000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는 호텔가 빙수 전쟁을 불러온 서울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보다 4,000원 비싼 수준으로 업계 최고가다.
지난해 4만~5만 원대 였던 호텔 빙수는 올해 재료비 인상 등으로 6만 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서울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는 6만 4,000원으로 작년보다 5,000원 올랐으며, 롯데호텔서울의 애플망고빙수도 지난해 4만 8,000원에서 올해 6만 원으로 올랐다.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애플망고빙수 가격은 6만 8,000원으로 1년새 1만 9,000원이나 올랐다.
이처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호텔 로비에는 빙수를 즐기러 온 대기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에는 평일에도 1시간 가량 대기해야 빙수를 맛볼 수 있으며,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애플망고 애프터눈티 세트(애플망고빙수+애프터눈티)는 작년보다 판매량이 2.5배나 늘었다.
이같은 호텔 빙수 열풍의 중심에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있다. 이들에게 6만 원대 호텔 빙수를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특급호텔을 방문하며 느끼는 만족감과 SNS에 사진을 올려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려는 욕구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소비에는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이에 호텔 업계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매년 빙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 빙수의 인기가 뜨겁다 보니 매년 빙수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며 "빙수 수요층이 2030으로 젊은 세대인만큼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데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