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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진석 추기경 유작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출간

병상에서도 추천사 쓰고, 수정 사항을 전달하기도

정 추기경 신학생 시절인 1956년 첫 번역 출간해

미국선 '한국전 예수' 카폰 신부 시성 가시화 전망도

故정진석 추기경./사진제공=서울대교구故정진석 추기경./사진제공=서울대교구




고(故) 정진석 추기경이 마지막까지 온 힘을 쏟았던 책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이 출간됐다. 정 추기경이 신학생 시절이던 1956년 첫 출간 이후 65년 만이다. 정 추기경은 병상에서도 직접 추천사를 쓰고 수정 사항을 전달할 만큼 이 책의 재출간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밀 카폰 신부./사진제공=Les Broadstreet에밀 카폰 신부./사진제공=Les Broadstreet


책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종군 사제 에밀 카폰(1915~1951) 신부에 대한 이야기다. 신학생이던 정 추기경은 영어로 쓰인 '종군 신부 카폰'을 읽고 1956년 우리말로 번역했다. 카폰 신부에 대해 국내에서 나온 첫 번째 책이었다. 정 추기경은 당시 학생 신분이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가 30년이 지난 뒤에야 역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개정판은 카폰 신부의 가톨릭 성인(聖人) 추대를 앞두고 나왔다. 지난 3월 카폰 신부의 유해가 수습되면서 미국에서는 카폰 신부의 시성(諡聖)이 가시화됐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교황청은 이미 1993년에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바 있다.

카폰 신부가 북한으로 넘어가기 이틀 전으로 추청되는 시기 경기도 문산에서 전쟁통에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사진제공=Les Broadstreet카폰 신부가 북한으로 넘어가기 이틀 전으로 추청되는 시기 경기도 문산에서 전쟁통에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사진제공=Les Broadstreet



정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폰 신부의 생애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옆에서 개정 작업을 도운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평소 정 추기경께서 카폰 신부님에 대해 각별하셨다”며 “고통이 심했을 텐데도 카폰 신부님의 유해 수습 소식을 크게 반기시며, 당신이 마지막 소임을 다한 것을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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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추기경은 병상에서 쓴 서문에서 ‘카폰 신부님의 영문판 책을 번역하는 작업이 저에게는 사제의 길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을 번역하던 그때, 카폰 신부님의 몫까지 두 배로 충실한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라고 적고 있다.

6·25 전쟁에 미 군종 신부 자격으로 참전한 카폰 신부는 적군의 공격으로 후퇴하는 중 부상병을 돌보다 체포돼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만 3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는 모진 고문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군 뿐 아니라 적군까지 돌봐 ‘6·25 전쟁의 성인’ '한국전의 예수'로 불려왔다.

개정판에는 카폰 신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전쟁 중 그를 직접 만난 이들이 보낸 편지와 증언이 담겨 있다. 카폰 신부에 관한 사진들도 새롭게 수록됐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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