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임신한 여성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20년 만에 재집권을 선언한 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아프간 중부 고르주(州)의 주도 피로즈코에서 전날 한 여성 경찰관이 탈레반 대원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여성의 이름은 바누 네가르다. 소식통들은 BBC에 탈레반 대원들이 네가르 자택에서 네가르를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때리고 총을 쏴 살해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네가르가 지역 교도소에서 일했고 임신 8개월이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총을 든 괴한 3명이 네가르 집에 도착한 뒤 수색하고 그의 가족을 묶었다고 설명했다. 한 목격자는 괴한들이 아랍어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네가르 살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그 사건을 알고 있다. 탈레반이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BBC에 밝혔다. BBC는 최근 아프간 일부에서 여성 탄압에 대한 보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네가르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방식에 대한 규제에도 나섰다. AFP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당국은 지난 4일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이슬람권 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이 입는 아바야는 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이다. 탈레반은 수업도 성별로 구분해 진행하도록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커튼을 쳐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많은 아프간 여성은 탈레반의 인권 유린을 걱정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 상태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 여성의 취업을 금지하는 등 여성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계열인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통제의 근거로 이슬람 경전인 쿠란(Koran)을 비롯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내세운다.
최근 일부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과 취업 기회, 자유 등을 요구하며 용감한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위는 지난 2일 서부 헤라트에서 약 50명이 시작했으며 4일까지 카불 등 여러 곳으로 확산했다. 이에 탈레반은 여성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공포탄을 발사해 진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은 시위 현장에서 여성들을 때리고 기자를 억류한 남성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체포된 남성들이 여성을 학대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지금은 시위할 때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며 여성 시위대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