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에 기조 발표자로 직접 나서 ‘수소 대중화’를 선포한 것은 ‘지속 가능한 인류 발전에의 기여’라는 평소의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연관 수식어로 수소가 등장할 만큼 글로벌 수소 전도사로 꼽힌다.
정 회장은 이번 하이드로젠 웨이브 준비 과정에서 직접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히 챙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실무진에게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수소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이에 그룹 실무진은 8일 일산 킨텍스에 설치되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전시관에 수소 캐릭터와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했다. 하이드로젠 웨이브 전시는 일산 킨텍스에서 같은 기간 열리는 ‘수소 모빌리티+쇼’와 연계해 개최된다.
정 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수소 산업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일 때마다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라며 연구진을 독려했다고 한다. 수소 산업을 수익 창출의 관점이 아닌 현세대의 책임과 의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하이드로젠 웨이브’ 발표에서 ‘인류’ ‘지구’ ‘기후변화’ 등의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지구의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은 수소”라고 단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소에 대한 투자를 개시했다. 2년 후인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퓨얼셀파트너십에서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공개하는 등 완성차 기업으로는 드물게 수소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정 회장은 선대의 뜻을 이어받아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올렸다.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설립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2019년 1월에는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을 논의하는 등 수소를 글로벌 정상 어젠다로 설정하는 데 기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지금 이 순간이 수소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다.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강조해왔다”며 “이번 2040 수소비전 선포는 수소사회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이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