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여명] "현장 소통 하시나요"…부동산 닮아가는 백신정책

이종배 디지털뉴스룸 부국장

백신 부작용 인과성 인정 바늘구멍

후유증 호소 최후수단 국민청원 빗발

정부, 접종률 자화자찬 할 때 아냐

고통받는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우린 국가 사업에 충실히 참여한 죄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A 씨의 발언이다. 그는 누구일까.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 반응 피해자 가족이다. 이날 국감장에는 A 씨 외에도 백신을 접종한 후 가족이 사망했거나 중태에 빠졌다고 호소하는 다수의 사람이 참석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현재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코백회)’까지 결성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신 피해자 본인 및 가족의 호소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요즘 이곳에는 백신 접종 후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다는 청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어떤 가족들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인의 억울함을 기사화해 달라는 청원(?)까지 넣고 있을 정도다. 그나마 기사화해야 덜 억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행동에 나서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정부 등 어느 곳에서도 진정성 있게 들어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서·보건소 등 여러 곳에 하소연해도 돌아오는 것은 “이곳 가봐라, 저곳 가봐라” 하는 답변에 인과성 인정이 안 된다는 A4 용지 한 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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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원인은 “질병청에서 인과성을 부정하는 안내문을 달랑 한 장 받았다”며 “왜 그런 건지 자세히 밝히지도 않았고, 보고서도 못 보여준다고 했다”고 답답해했다. 다른 피해자 가족은 지자체로부터 “인과성 인정이 안 되면 추후에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신 후유증의 인과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문제는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현재 정부의 백신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현장과 소통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다고 자평하는 사이에 후유증으로 가족을 잃고 불치병에 걸렸다는 탄식이 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지금도 정부와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통이 잘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불통’이다.

정책이 현장을 외면하면 십중팔구 결과는 뻔하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현장에서 수차례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등 충고와 고언을 쏟아냈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국민들은 껑충 뛴 집값과 전셋값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 당국자가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니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탈원전 정책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고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기들이 하는 일이 ‘올바르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탄소 저감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국가 부채를 경고하는데도 정부는 그저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동시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올해 2월 26일 이후 신고된 이상 반응 의심 신고 건수도 누적 30만 6,445건으로 3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누적 사망 신고 사례도 총 751명으로 늘었다. 다른 증상으로 신고됐다가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총 1,057명이다.

물론 이 수치는 전체 접종자 대비 1%도 안 된다. 하지만 1%도 안 되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면 내 가족 중 일부가 앞으로 그 1%에 들 수도 있다. 국감장에서 가족들의 하소연을 들은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 설명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발언이 진심이기를 기대해본다. ljb@sedaily.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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