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강력한 긴축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움츠러들었던 국내 증시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속과 점도표 상향이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악재보다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로 인식해 큰 충격을 피했다. 이달 가장 큰 이벤트를 무사히 넘으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거래 열기는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대형주 투자가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02포인트(0.57%) 오른 3,006.41로 상승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3,000선에 복귀했다. 지수는 장 초반 3,020선 가까이 치솟았지만 오후 들어 차익 매물이 나오며 상승 폭을 줄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1,86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683억 원, 520억 원을 순매도했다.
FOMC 회의를 앞두고 지난주 금요일부터 내림세를 타던 국내 증시가 반등한 것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덜 매파적이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2배로 올리고 내년 3회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을 두고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실제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긴축 정책이 발표된 직후 미국 증시는 15일(현지 시간) 크게 반등했다. 특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같은 정보기술(IT) 업종이 모여 있는 나스닥이 2.15% 급등한 게 국내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스케줄이 좀 더 명확해지면서 불확실성 완화, 투자 심리 회복 및 개선세는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의 공포탐욕지수가 극심한 공포 영역에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안도 랠리 지속에 힘을 실어준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각각 2조 3,818억 원, 1조 7,948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무려 4조 893억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식어버린 국내 증시 열기는 연말 랠리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날 코스피 거래 대금은 8조 3,721억 원으로 저조했다. 이는 44조 4,338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지난 1월 11일 대비 무려 82% 넘게 줄어든 것이다. 최근 5거래일간 코스피 하루 거래액은 8조~9조 원대에 그치며 좀처럼 10조 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거래 비중이 48%로 뚝 떨어지는 등 동학개미의 투자 열기가 연말에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한 만큼 미국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 국내 증시를 향한 관심이 조만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점은 긍정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완화적인 동안 미국 증시가 강했지만 연준이 긴축적인 상황에서는 미국 이외 주식시장의 부담이 덜하다”며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준 자산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이미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을 제외하면 더 나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기에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이미 많이 오른 주식보다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고 펀더멘털이 견고한 반도체·IT 대형주 투자가 안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반도체 수요가 우려와 달리 올해 대비 큰 폭의 증가세가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 속에서도 내년 D램 주문량을 다소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