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정부, 불개입 선언하고 시장에 맡겨야…특정 계층 위한 선심성 정책도 금물"

■리빌딩 파이낸스 2022

-전문가들이 본 금융업 발전 5계명

정권 바뀔때마다 '낙하산' 반복

민간 인사 관여 말고 관치 탈피

왜곡 부르는 관제펀드도 지양을





“가격에 개입하지 말라. 민간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라. 단기 정책 성과에 매몰되지 말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지 말라.”

우리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5계명이다. 기독교의 십계명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등 대부분 금지 사항으로 구성된다.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네거티브 방식인 셈이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금융 산업 발전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금융사들이 어미 새 기다리듯 정부의 눈치만 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임인년에 탄생할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관치 금융을 버리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면서 “여·수신 금리, 보험료 등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가격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지나친 개입이 가격 결정 구조를 왜곡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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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민간 금융사 지배구조에 손대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인이 없는 금융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국민연금 등이 주요 금융사 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어 이를 낙하산 삼아 내려오는 일이 만연하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나이나 연임을 제한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노동이사제와 같은 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결국은 속도의 문제다. 시기상조라는 기업의 호소에도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지난 2005년부터 16년째 회사를 이끌면서 ‘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 ‘코로나19’ 등 숱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스타 CEO를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 당국에 의해 단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관제 금융 상품 공급량 확대 정책을 지양하라는 주문도 있다. 역대 정부마다 반복 생산된 관제 펀드가 대표적이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권은 국정 의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펀드를 만드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재창출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펀드는 이내 시들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펀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펀드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펀드도 같은 길을 걸으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지만 생각대로 작동할 수 없을뿐더러 자원 배분의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뉴딜펀드만 해도 이미 인프라 투자 펀드는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와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특정 계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도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만 두 번 발표된 적격 비용 재산정에 따른 카드 수수료 대책은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있던 것을 빼내 영세 가맹점 주머니에 넣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함정식 전 여신금융연구소장은 “3년 주기로 단행되는 카드 수수료 인하의 경우 가맹점 부담 경감이 카드사 종사자나 카드 이용자의 부담 가중으로 전가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간 우리 금융 부문은 실물경제 성장을 상당 부분 뒷받침해왔으나 혁신을 선도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한 자금 중개 기능으로 충분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 간 생산 요소 재분배에 적극 나서는 보다 전향적인 역할과 미래 부가가치가 큰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함께 국제사회로 진출하는 담대함이 요구된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강한 금융’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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