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존 로버츠







2018년 11월 미국 연방 판사가 멕시코 이민자 등의 망명 신청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대해 보류 판결을 내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당신은 ‘오바마 판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판결한 연방 판사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됐다며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에게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는 없다”고 응수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확고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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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대법원장은 1955년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에 들어가 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는 로펌 변호사, 대법관 서기 등으로 활동하다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행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1980년대 초반 법무부 장관 특별보좌관, 백악관 변호인단 보좌관 등으로 일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도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으며 50세이던 2005년 7월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그해 9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사망하자 새 대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낙태 등 주요 현안에서 보수·진보에 치우치지 않는 ‘이념적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갤럽이 미국 입법·사법·행정부의 현직 요인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이 업무 수행 지지율 60%로 가장 일 잘하는 인물로 꼽혔다고 27일 발표했다. 유일하게 공화·민주 양당 지지층 모두에서 과반 지지를 받았다. 탄핵 거래 거짓말, 자의적 인사 논란 등으로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비된다. 김 대법원장은 2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고도 국회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려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관련 녹취록 공개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법관인사분과위원 선정 과정에서 법관대표회의 자체 투표 1위 법관을 임명하지 않고 기존 위원 2명을 연임시켰다.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최고 수장이 재판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현실은 너무 다른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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