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先 여당 선심 공약 後 정부 정책 발표, 노골적 관권선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일 강원도를 찾아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비무장지대(DMZ) 관광 추진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정가에서는 정부가 이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곧 내놓을 것이라는 냉소적 관측이 나왔다. 여당 대선 후보가 선심 공약을 내놓은 뒤 정부가 이를 밀어주는 정책을 발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4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방침을 발표한 것도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이 후보의 ‘하명’에 가깝다. 이 후보가 4일 “25조~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설 전에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열흘 만에 정부가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2월 17일 민주당 선대위가 ‘민통선 축소’ 공약을 밝힌 뒤 당정은 접경 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 905만㎡가량을 해제하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에서도 이 후보가 지난해 12월 18일 부동산 공시 가격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자 당정은 이틀 뒤 새해 보유세 산정에 지난해 공시 가격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불합리한 종합부동산세를 억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이 충실하게 반영됐다. 이 후보가 지난해 말부터 여섯 례에 걸쳐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매입을 요구한 뒤 정부의 ‘20만 톤 시장 격리’ 조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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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정이 짜고 치면서 노골적으로 관권 선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당의 주문을 무조건 따르는 자동판매기냐”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3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후보의 말 한마디에 정부가 춤을 춘다면 국정 농단이자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행태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한 헌법 제7조 2항에 위배된다. 문재인 정부가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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