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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꽉 채운 황금 곰의 상상…볼 때마다 새로운 카멜레온 코스

[한국 10대 골프장을 가다] <7> 인천 잭 니클라우스GC 코리아

메이저 18승 전설 이름 딴 전 세계 첫 골프장

간척지인데도 초목·바위 자연스러워…니클라우스 “내 인생의 일부”

좌우 도그레그 홀 조화롭게 배치, 모험 선택 가능한 14번 홀 스릴

바람·기온·습도 따라 공략법 180도 달라 “어제, 오늘이 다른 코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JNGCK)의 14번 홀(왼쪽)과 15번 홀.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굴곡)이 바다에 이는 물결 같다. /사진 제공=JNGCK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JNGCK)의 14번 홀(왼쪽)과 15번 홀.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굴곡)이 바다에 이는 물결 같다. /사진 제공=JNGCK




완전한 백지가 노련한 작가의 경험과 야심, 상상으로 채워졌다. 한눈에 봐도 좋지만 여러 번 다시 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세계다. 작가는 “순수한 나의 영감에 의해 설계했다”고 한다. 작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18회)의 ‘골든 베어’ 잭 니클라우스(82·미국), 작품은 그의 이름을 딴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다.



골프장은 인천 송도의 허허벌판 간척지에 지어져 2010년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프리미엄 골프클럽’을 표방했다. 국제업무단지 내에 있어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두바이의 골프장들을 떠오르게 한다.

자연미로 진화한 인공미랄까. 초목과 바위, 호수까지 실은 모두 없던 것을 데려오거나 만든 것인데 인위적인 느낌이 적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과 같은, 자연 속에서 플레이 하는 즐거움을 살리도록 신경 썼다. 지형의 특징을 살려 바다가 보이게 했고 자연적인 바위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니클라우스의 설명이다.

산이나 법면 등 코스 설계에 때로 제약일 수 있는 요소가 애초에 없다 보니 설계가는 머릿속 유토피아를 현실에 자유롭게 풀어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 구질을 선호해 주로 오른쪽 도그레그 홀을 많이 만들어왔던 니클라우스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첫 코스인 이곳에는 왼쪽 도그레그 홀도 조화롭게 배치했다. 파5 홀은 세 번째 샷의 정교함이 관건인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티샷을 특정 구역에만 보내 놓으면 2온을 노릴 수 있다.



개울을 경계로 페어웨이가 둘로 나뉜 14번 홀도 재밌다. 짧은 파4인데 물을 건너는 위험을 감수하고 왼쪽 페어웨이로 보내 놓으면 그린이 눈앞이다. 오른쪽 페어웨이로 티샷 하는 게 안전하기는 하지만 그러면 두 번째 샷 때 그린 앞 개울이 부담스럽다.

코스 전경. 잔잔한 바다가 감싸고 있다.코스 전경. 잔잔한 바다가 감싸고 있다.




그린과 그린 주변의 구분이 옅어 쇼트 게임 때 다양한 접근을 요구한다. 그린 주변 잔디가 그린과 비슷한 길이로 짧아 마냥 볼을 띄우기는 쉽지 않다. 웨지가 아닌 다른 클럽을 이용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코스에는 티잉 구역부터 페어웨이까지 그린용 고급 잔디인 벤트 그래스를 식재했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굴곡이 많은 링크스 스타일이다.



PGA 투어 기준에 따라 설계된 이곳에서는 2015 프레지던츠컵(미국-세계연합 남자 대항전)과 2018 인터내셔널 크라운(8개국 여자 대항전) 등 굵직한 대회들이 차례로 열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개최지이기도 하다. KPGA 투어 선수들이 꼽은 최고 코스다.

코스는 카멜레온 같다. “계절마다 다르다”고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어제, 오늘이 다르다”고 한다. 바람, 기온, 습도에 따라 공략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긴 파4인 16번 홀이 특히 그렇다. 봄이나 가을처럼 페어웨이가 단단한 계절에는 티샷의 런(구른 거리)이 20~30야드까지 나온다. 반면 페어웨이가 부드러워 런이 거의 없을 때도 있다. 맞바람까지 겹치면 난감해진다. 잘하면 피칭 웨지로도 그린 공략이 가능하던 홀인데 이런 날은 롱 아이언을 잡아도 2온이 쉽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가 메흐르다드 야즈다니가 지은 클럽하우스에는 실내 수영장도 있다.세계적인 건축가 메흐르다드 야즈다니가 지은 클럽하우스에는 실내 수영장도 있다.


어렵지만 어렵기만 한 코스는 아니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홀들이 있기는 해도 아이언과 그린 플레이에 전략만 잘 세우면 장타자를 이기고도 남는다. 연습 그린 주변으로 벙커 샷과 쇼트 게임 연습 구역도 있어 투어 선수처럼 준비할 수도 있다.

2007년 골프장 부지에서 드라이버 시타를 했던 67세 니클라우스는 이제 여든을 훌쩍 넘겼다. 이 사이 코스도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며 무르익었다. 1년에 한 두 번씩 전용기 편으로 이곳을 방문했고 요즘도 온라인으로 코스를 점검하는 니클라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곳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됐다.”



◇서울경제 선정 ‘2021 한국 10대 골프장’

△핀크스(대상) △드비치(이하 가나다순) △베어크리크 △설해원 △안양 △우정힐스 △잭니클라우스 △클럽나인브릿지 △파인비치 △휘슬링락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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