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도도새가 되지 않으려 도도새를 그린다

'미술시장 핫스타' 김선우 개인전

인간의 억압속 멸종한 새 소재로

꿈·자유의지 갈구한 작품들 선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27일까지

김선우의 2021년작 '인도양 앞바다의 큰 파도'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김선우의 2021년작 '인도양 앞바다의 큰 파도'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옆 모리셔스섬은 도도새의 천국이었다. 천적없는 안락한 섬의 새들은 나는 법을 잊을 정도로 행복했다. 1505년 포르투갈 군대가 상륙하기 전까지는. 이후 네덜란드인들이 이 무인도를 감옥으로 사용하면서 도망갈 줄 몰랐던 새들은 잡아먹혔고, 이따금 희귀한 선물용으로 포획됐다.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든 도도새는 1681년 마지막 한 마리마저 죽으며 멸종했다.



젊은 화가 김선우(34)는 도도새를 그린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파라다이스’를 열고 있는 그를 서울경제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동국대 서양화과 재학 중 진로를 고민하며 출판사에서 삽화 작업을 하다가 “남이 시키는 걸 그리는 것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복학했다. 2014년 첫 개인전에서 ‘새상(鳥像)’으로 세상(世上)의 본질을 묻는 ‘새 머리 인간’을 처음 선보였다.

“집안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하셨어요. 사회가 정한 기준에 꼭 자신을 맞춰야만 하나, 고민하다 자유로운 새가 자유롭지 못한 인간 몸에 갇힌 모습을 주제로 작업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한창인 김선우의 개인전 '파라다이스' 전경. /조상인기자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한창인 김선우의 개인전 '파라다이스' 전경. /조상인기자



날지 못하는 새를 연구하다 도도새를 알게 됐고, 2015년 여름 을지재단 일현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한 달 간 모리셔스에서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그의 전환점이 됐다. 날지 못하는 사람들의 꿈과 자유를 연구하며 그가 “한달 간 그린 드로잉만 약 30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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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키요에(목판화) 작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파도’를 오마주 한 작품에서는 날지 못하는 도도새들이 배를 타고 파도에 몸을 맡겼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 한 작품 속 도도새는 자유 의지의 탄생을 이야기 한다.

김선우의 2021년작 '파라다이스'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김선우의 2021년작 '파라다이스'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김선우는 호황기를 맞은 미술시장의 ‘핫스타’다. 2019년 5월 경매 데뷔전에서 약 550만 원(3만5000홍콩달러)에 낙찰된 ‘모리셔스의 일요일’은 2년 반 만인 지난해 9월 경매에서 21배 상승한 1억1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전속화랑이 판매계약 때 ‘신작은 3년 내 경매 출품 제한’ 조항을 넣자고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인기는 달콤쌉싸래한 초콜릿 같다. “경매 ‘작전주’라느니 말도 많았고 속앓이도 했죠. 집안에 미술인 한 명 없는 ‘미술계 흙수저’인 제가 이렇게 된 것이 신기하지만, 수년 간 고생한 과정을 지켜본 주변 분들은 그럴 만하다고 격려해주십니다. 관심만큼 더 좋은 작업을 내놓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너무 빨리 정점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늘 저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선 김선우 작가.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선 김선우 작가.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김 작가는 5년 정도 지속해 온 지금의 그림 스타일에 “갑작스레 파격 변신은 없을 테지만 변화 가능성은 모색 중”이라며 “여행지에서 도도새를 만나 변화했듯 오는 4~6월 파리 시테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새로운 연구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멸종한 도도새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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