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아까운 음식과 식재료, '공유냉장고'로 나누는 법[지구용]

연간 '음쓰' 570만톤 중 57만톤은 가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

관악구 '그린냉장고'로 공유 모델 전파하는 다인테이블의 이야기

카레·라면 나누고 카톡으로 인증…포인트 적립해 인출도

그린냉장고 1호점 앞에 선 전유환 매니저님(왼쪽부터)과 냉장고를 관리해주시는 목사님, 정다혜 매니저님. /사진=다인테이블, 일러스트=정유민 그래픽 디자이너그린냉장고 1호점 앞에 선 전유환 매니저님(왼쪽부터)과 냉장고를 관리해주시는 목사님, 정다혜 매니저님. /사진=다인테이블, 일러스트=정유민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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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 발행했던 지구용 베타버전 2호 레터에서 서울 잠실의 '공유냉장고'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남는 음식을 버리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참 좋은 모델이었죠. 그렇지만 좀처럼 확산이 되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새로운 공유냉장고 스타트업을 알게 됐어요. 바로 '다인테이블'(인스타 구경하기).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소셜벤처예요. 공유냉장고 모델이 어디선가는 계속되고 있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에 부랴부랴 관악구로 찾아가서 전유환&정다혜 매니저님을 만났어요.

카레와 라면과 김치가 기다려요


제일 중요한 냉장고의 위치부터. '그린냉장고 1호'는 서울 관악구 책n꿈도서관 앞에서 운영되고 있고, 다른 곳에서 운영됐던 2호는 조만간 신대방역 근처의 제로웨이스트샵 겸 카페인 1.5도씨(인스타 둘러보기) 앞으로 옮겨질 예정이에요.

1호 냉장고 내부 사진. 사진이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물품별로 유통기한, 냉장고 입고일이 적혀 있어요. 맨 아래칸에는 저울과 수령대장, 펜을 비치.1호 냉장고 내부 사진. 사진이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물품별로 유통기한, 냉장고 입고일이 적혀 있어요. 맨 아래칸에는 저울과 수령대장, 펜을 비치.


에디터가 사는 지역에는 공유 냉장고가 없어서, 어떤 음식들이 공유되는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전 매니저님은 "3분카레나 라면, 과자, 캔음료라든가 스팸, 올리브유 같은 완제품이 많이 공유되는 편"이라고 설명하시더라구요.

물론 가끔 김치라든가 봄동(핵이득?)이라든가 반찬류를 공유하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가끔은 음식이 아닌 물건, 예를 들어 안 쓰는 마스크팩을 두고 가시는 이용자도 계셨대요.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

그런데 직접 만든 음식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위생 문제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정 매니저님은 이렇게 말해주셨어요. "지금도 냉장고 관리자님(공유냉장고의 취지에 매우 공감하는 교회 목사님이시래요)과 저희가 매일 방문해서 2중으로 체크리스트를 확인해요. 그리고 음식이 냉장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공유되거든요. 지나가는 분들이 가져가시기도 하고,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인증사진을 보고 원하는 음식을 가져가시기도 해요."

조리된 음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날그날 폐기한대요. 그리고 안전을 위해 냉장고 옆에 CCTV도 설치했고요. 2호 냉장고도 1.5도씨 사장님이 관리하신다고 하니까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정 매니저님은 "사람에 많이 기대는 사업이다 보니, 일하면서 세상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귀띔하셨어요.

나누고 받은 포인트로 살림 좀 펴보기


그린냉장고 운영 방식은 저번에 소개해드린 '모두의 냉장고'랑 좀 다르더라고요. 유통기한을 적어서 음식을 공유하는 건 비슷한데, 이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인증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음식을 가져갈 때는 냉장고 안의 수령대장에 손으로 적거나 오픈채팅방에 알리면 되구요. 받은 포인트는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어요. 나눈 덕분에 이득을 얻게 된다면 더 신나니까요.

그린냉장고를 운영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4,000원 넘게 환전해가신 분도 있다고. 제로웨이스트샵에서도 포인트를 쓸 수 있게 하려고 다인테이블 구성원들이 발로 뛰는 중이고요.

그리고 냉장고 옆에는 광고용 LED 패널도 부착돼 있어요. 지속가능한 사업과 성장을 위한 수익 모델인 셈이죠. 얼마 전 한 개인 베이커리로부터 첫 광고를 수주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회적 가치에 진심인 대기업들도 동참하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CJ라든가 풀무원이 공유냉장고를 함께 운영한다면? 에디터들도 당장 달려가서 이용할 것 같아요.

올리오 홈페이지 첫 화면. 쓰레기 산 위에 올라선 아이들의 모습, 올리오 홈페이지 첫 화면. 쓰레기 산 위에 올라선 아이들의 모습, "더 나누고 덜 버리자"는 문구가 인상적이에요.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570만톤이나 된대요. 그런데 가정에서 보관하다 폐기하는 식재료가 이 중 10%, 57만톤이나 된다고. 애초에 덜 사고, 혹시나 남는 음식은 공유냉장고로 이웃들과 나누는 게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차가운 도시인들끼리 그게 잘 되겠냐고요? 영국 전역에서 음식 공유 앱 '올리오'가 얼마나 인기인지 관련기사 꼭 읽어보시길요. 슈퍼에서 버리는 제품을 되파는 '서플러스'랑 마트·식당에서 버리기 아까운 음식을 공유하는 '투굿투고(관련기사)'도 너무너무 인기. 기사를 읽으면 무엇보다도, 이런 자발적인 나눔이 대규모로 가능하구나 싶은 희망이 생겨요.

다인테이블이 그린냉장고를 운영한 지는 이제 한 달 정도예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나눔 건수가 200회 정도지만 1.5도씨 앞의 2호 냉장고는 상당히 기대가 되더라고요. 제로웨이스트에 투철한 분들의 성지니까요. 근처 사시는 분들은 꼭 들러보시길요. 그리고 경기도 수원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유냉장고가 서른 개 넘게 있대요! 수원의 용사님들도 꼭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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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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