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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맥] 尹, 개미가 원해 공약 뒤집었다? 개미들 의견 들어보니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하면서

기존 증권거래세 폐지는 철회

尹 "개미들이 원한다" 설명

개미들 尹공약 의견 물어보니

양도세 폐지 반기는 개미도

거래세 폐지가 낫다는 개미도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권욱 기자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권욱 기자




"(공약) 뒤집은 건가요?”



“뭐 뒤집은 거죠. 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방송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 후보가 뒤집었다는 공약은 주식 세제 공약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27일 내년 개인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증권거래세는 내년 양도세 도입에 따라 현재 0.23%에서 내년에는 0.15%까지 인하되는데 아예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도입 예정인 양도세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둔 사람에게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만 당해연도에 손실이 난 액수에 대해서는 5년간 공제한다.

그런데 윤 후보는 한 달 뒤인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양도세 폐지’를 발표했다. 내년에 도입되는 양도세는 물론이고 기존에 코스피 1%, 코스닥 2% 지분 보유자와 주식 보유액 10억 이상 ‘대주주’에 부과되던 양도세까지 없애겠다는 새로운 공약을 내놓은 것. 그러면서 증권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기로 헀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도입을 전제로 폐지를 약속한 것이란 이유였다. 세율도 현행 0.23%를 유지하기로 했다.

윤 후보는 토론에서 공약을 뒤집은 이유로 “증권거래세는 새로운 금융과세제도가 생긴다고 하니까 제가 있을 필요가 없다 했지만 우리나라 지금 증권시장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으로 돌리겠다고 얘기를 했다”며 “양도세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과세 제도가 현재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양도세는 (코스피 지분) 1% 이상, (주식 보유액) 10억 이상 대주주가 대상이고 증권거래세는 개미들이 대상인데 개미한테 부담시키고 대주주들 면제해주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는 “개미들이 원한다”며 “왜냐 주식시장에는 큰 손들이 들어와야 주가가 오른다”고 답했다.

윤 후보의 답변은 앞서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내놓은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양도세를 물림으로써 투자자들이 외국 시장으로 빠져나갈 때 그 피해는 한국 증시 자체 추락이 더 가속화되고 개미 투자자들이 모든 막판 덤터기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개미들은 윤 후보 말대로 양도세 폐지를 원할까. 특히 윤 후보가 뒤집은 증권거래세 폐지보다 양도세 폐지를 더 원할까. 서울경제가 개미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니 의견은 갈렸다.



전업투자자 이성갑(62)씨는 양도세 폐지를 반겼다. 그는 직장에서 은퇴한 뒤 주식에 1억원 내외를 투자하고 있다. 양도세 폐지를 반기는 이유는 향후 연 5000만원 이상 수익이 났을 때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는 “내가 무슨 5000만원 벌려고 이거 하나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대박 날 것이라며 대박의 꿈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니까 대부분은 반긴다”며 “주식하는 사람들은 (큰 수익) 먹을 거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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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갑씨는 윤 후보가 양도세를 폐지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거래세는 기존에 해오던(내던) 것이 체질화돼 있다”면서 “양도세 하면 새로운 세금 내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1억원 내외를 투자하는 회사원 정택수(42)씨도 증권거래세 폐지보다 양도세 폐지를 선호했다. 그는 “가치 장기투자자가 아니니 거래세도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거래세가 단계적으로 0.15%까지밖에 안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양도세 폐지가 더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개인 주식투자자 모임을 표방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윤 후보가 뒤집은 공약에 찬성한다. 개인 양도세 도입 시 큰 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똑같은 세금 낼 거면 공정한 미국 주식시장 가서 거래하겠다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요즘 몇십~몇천억원씩 굴리는 개인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증시가 힘을 잃어버린다. 한 주 두 주 가진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후보가 공약을 뒤집기 전인 증권거래세 폐지가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식에 5000만원 가량을 투자 중인 회사원 이창동(42)씨는 “(개미에게는)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양도세 폐지는) 개미와 전혀 상관없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증권거래세 폐지가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창동씨는 윤 후보가 양도세 폐지를 공약하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취소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많이 버는 사람을 위해 적게 버는 사람을 위한 공약을 날린 것 아닌가”며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식에 1억원 넘게 투자 중인 IT회사 기획자 최인석(42)씨도 윤 후보가 공약을 뒤집은 데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양도세 폐지에 대해 “대주주 양도세를 지우기 위한 공약으로 보인다”며 “증권거래세 폐지가 실질적으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더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도입 예정인 개인 양도세뿐 아니라 기존 대주주 양도세도 없애기로 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양도세 폐지를 반긴 이성갑씨도 윤 후보가 기존 대주주 양도세까지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미심쩍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부터 부과하기로 한 양도세를 폐지하는 것보다는 (선호가) 좀 약하다”며 “상대적으로 이건 부자 감세로 보이고 전형적인 국민의힘 스타일 정책”이라고 말했다.

학계에도 양도세 폐지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 양도세 도입은) 차액에 대해서 소득이 있으면 과세된다는 그 원칙에 따라서 과세하려고 시행한 것”이라며 “근로소득자와 자산소득자가 (소득 과세에서) 공평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형평성이) 깨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다 면제하겠다는 것은 이전보다 어찌 보면 후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면세는 한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한국 기업 주가가 비슷한 외국계 기업 주가에 비해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새로운 과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기업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우리 증시가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통상 종합과세 방식으로 설계해나가면 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본부장은 “주식시장이 안정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상당히 극복한 이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번복한 데 대한 개미들의 반발을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원 본부장은 ‘보도 참고사항’을 통해 “윤 후보는 필요한 경우 증시의 체력을 고려하여 거래가 늘면 세수가 늘어나는 거래세의 특성을 반영해 지금 취약한 증권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추가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가 정권을 잡더라도 양도세 폐지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개인 양도세 도입 법안을 주도해 통과시켰기 때문이 향후 윤 후보의 양도세 폐지 추진을 저지할 수도 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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