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요양급여 담보로 빚 돌려막기, 다른 채권자 권리 침해”

대법 “사해행위 해당” 채권양도양수계약 취소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의료기관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를 담보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기존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면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방병원의 채권자 A씨가 B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한방병원은 2015년 9월 B금융기관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담보로써 한방병원이 건보공단에 대해 현재 보유하거나 장래에 보유할 요양급여채권 30억원을 양도하는 채권양도계약을 맺었다. 한방병원은 이 돈을 다른 은행의 채무 1억원 상당을 변제하는 데 썼다.



건보공단은 이들의 ‘메디칼론’ 약정에 따라 그해 9월부터 대출 상환이 끝난 2017년 5월께까지 한방병원 요양급여비용 6억3000여만원을 B금융기관에 입금했고, B금융기관은 자체 지침에 따라 매월 대출 원리금을 뺀 나머지를 한방병원 계좌로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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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병원이 당시 채무 초과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다. 병원은 2014년 채권자 A씨 등에게 진 15억3천만원의 채무를 2016년까지 분할 지급한다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원고 A씨는 병원이 자신에게는 2억7000여만원만을 변제한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에게 건보공단 보험급여비용을 채권으로 회수하게 해준 것은 사해행위(詐害行爲)라며 소송을 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의 처분으로 재산이 감소돼 공동담보에 부족이 발생해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킬 수 없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한방병원과 B 금융기관 사이에 체결된 6억3000여만원짜리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방병원이 피고와 맺은 채권양도계약은 채무 초과 상태를 더 심화시키고 피고에게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A씨를 비롯한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병원의 사해의사는 인정되며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으면서 현재 또는 장래의 요양급여채권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담보로 제공한 행위는 신규 자금의 유입을 통해 영업을 계속해 변제능력을 향상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방법의 담보 제공도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라면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무 초과 상태에서 실행한 대출이 신규 자금 유입이 아닌 기존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거나 담보로 제공된 요양급여채권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어서 상당 기간 다른 채권자들이 요양급여채권을 통한 채권 만족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이런 담보 제공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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