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채권시장 투심 냉랭…한달새 펀드 1조2000억 빠져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에 변동성 쑥

美·유럽 등 국채 연일 올라 최고치

한은 국고채 매입에도 영향 제한적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 매입 호재에도 채권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 강화로 대외 여건의 변동성이 커지며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채권 금리가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당장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환매에 나서면서 한 달 새 1조 2000억 원 가까이 자금이 빠져 나갔다.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외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는 1개월 동안 1조 1908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중기로 봐도 3개월간 2조 1436억 원, 6개월간 4조 8120억 원이 빠져 나갔다.



채권형 펀드에서 대규모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국내외 채권 시장의 금리 상승 때문이다. 주요국들이 코로나19로 풀었던 돈줄을 조일 채비에 나서면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일제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관련기사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지표 호조로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국채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여기에 지난 1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46만 7000명으로 늘어나 시장의 예상치(15만 명)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을 지폈다.특히 1월 평균 시급 역시 전월 대비 0.7%가 늘어나 시장 전망치(0.5%)를 훌쩍 넘김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현지 시간 8일로 장중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9486%로 2%에 근접하며 2019년 12월(1.909%)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무엇보다 금리가 급속도로 상승할 저항선이 1.95%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시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 2년물 금리 역시 1.3313%로 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의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평가 강조 등으로 유로존의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24%로 2019년 1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탈리아 10년물도 1.819%로 2020년 4월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의 국채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4일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6.6bp(1bp=0.01%) 오른 2.303%로 2018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10년물 금리도 9.5bp 오른 2.733%로 2018년 6월 7일(연 2.750%)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의 국고채 매입 호조에도 채권 투자 심리가 안정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추가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변동성이 커지며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 단기적 호재가 있지만 향후 1~2개월 내 채권 금리 안정세를 이끌 만한 요인은 부족하다”며 “3%대 물가상승률이 좀 더 지속될 것임을 감안한다면 3년물은 2.3% 부근, 10년물은 2.7~2.8% 부근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박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