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상승의 강한 욕망을 담은 '킬힐'이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실제 작가가 홈쇼핑에 취직해서 겪은 이야기를 다룬 만큼, 탄탄한 대본을 자랑한다. 사실성 넘치는 대본 위에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의 호흡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오후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극본 신광호/연출 노도철)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노도철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이 참석했다.
'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오를수록, 더 높을수록 탐하고 싶어지는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세 여자의 뜨겁고도 격정적인 이야기가 짜릿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노 감독은 "신광호 작가와 원래 아는 사이다. 과거 신 작가가 절필하고 홈쇼핑에 취직해서 3~4년 정도 일하면서 대본을 쓴 것"이라며 "대본을 받고 '이 친구 고생 많이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작가의 피와 땀이 녹아 있었다"고 대본을 처음 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찍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든 장르를 섭렵한 나로서 도전하고 싶다는 자극이 오더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신 작가의 대본에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가 더해졌다. 노 감독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꽂혔다. 단순히 패션쇼호스트의 이야기지만, 우리 삶 전체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 있더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킬힐'은 기존 여성 서사물과 차별점을 지닌다고. 노 감독은 "극성이 강한 세 여자 캐릭터가 충돌하고 전쟁같이 싸우는 드라마는 몇 편 있었다"며 "'킬힐'은 흑과 백으로 나눠지지 않은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모든 캐릭터가 양면성을 갖고 있고, 입체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우들도 경계를 넘나드는 회색이다. 다른 드라마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패션쇼호스트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비주얼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노 감독은 "극성이 강한 극이 있지만, 트렌디한 직업의 세계를 다루지 않냐. 이걸 표현하기 위해 고문 스타일리스트를 채용했다"며 "각 인물 별로 색깔 매치도 신경을 썼다. 또 배우들이 워낙 스타일에 일가견이 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또 제목에 대해서는 "킬힐은 신분 상승이라는 욕망의 매개체다. 동시에 왠지 모든 드라마를 킬하고 1등할 것 강ㅌ다는 좋은 제목의 느낌"이라고 했다.
김하늘은 꿈틀대는 욕망으로 탑 쇼호스트를 노리는 우현으로 분해 짜릿한 흑화에 나선다. 그는 "전작에서 아나운서 역할이어서 발성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쇼호스트는 발성 연습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좀 이상한 느낌"이라며 "그래서 많이 보는 걸로 했다. 쇼호스트들도 특유의 손동작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평사원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자수성가 신화의 주인공 모란을 맡았다. 모란의 매력을 "열등감과 불안"이라고 소개한 이혜영은 "이 불안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하면서 따라오면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전 작품들은 전지전능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확신이 있었는데, 모호한 캐릭터는 매력 있었다"고 말했다. 태생부터 하이클래스이자 UNI 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인 옥선으로 분한 김성령은 "초반에 우현에게 눌리고 모란에게 치이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배우들의 격돌하는 연기 호흡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한다. 김하늘은 "연기를 잘하는 분들과 촬영하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다. 혹시 내가 연기를 조금 못해서 누가 되면 어쩌나 싶었다"며 "그런데 앞에서 연기를 정말 잘 해주시니까 나도 따라가면서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신을 촬영하기 전에 어느 정도 상상하고 가는데, 상상 이상의 호흡이 나오니까 긴장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서 나도 해 나가면서 자신감도 붙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은 "김하늘이 냉정이고, 김성령은 열정이다. 난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김하늘부터 김성령까지 최고의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하늘과 김성령은 대본에 끌려서 '킬힐'을 선택했으나 이혜영은 이미 세 번 거절한 상태로 노 감독의 설득이 필요했다고. 노 감독은 "유일하게 힘을 쏟은 건 이혜영이었다. 세 번 거절해서 이미 제작사에서 다른 배우를 구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혜영이 아니면 안 되겠더라"며 "그간 이혜영이 도도하고 최종 보스 같은 역할만 했는데, 이번에 오너가의 집사로 굽실거리는 모습은 새롭겠다 싶었다. 감언이설로 설득했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김하늘은 여성 배우들과의 호흡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그는 "몇 년간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을 맞췄는데, 오래전부터 여자 배우들과 촬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남자 배우들과의 호흡에서 오는 설렘도 있지만, 여자끼리 대화하면서 여성 감성의 작품을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하고 표현도 많아서 여러 감정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했던 연기와 다른 느낌이다. 난 그 안에서 매력과 희열을 느끼고 있다. 매 신마다 어렵지 않은 신이 없지만 굉장히 설렌다"고 했다.
이혜영은 '무법 변호사' 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출연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 "내가 이런 스피드를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다. 스피드를 따라가기에 난 좀 늙지 않았나"고 토로하며 "몸도 안 좋은데 킬 힐이라니.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참여했다"는 김성령은 "스토리와 인물이 계속 알고 싶더라"며 "그런데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 부담감이 일종의 도전 의식으로 바뀌었고, 긴장감이 폭발하면 더 큰 에너지로 발산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역을 맡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킬힐'은 오는 23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