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李·尹 "전속고발권 폐지"…누가 돼도 기업 부담

[여야 대선후보 反기업 공약 빼곡]

고발 남용에 '기업 길들이기' 우려

노동이사제·물적분할 제한도 찬성

경영활동·신사업 추진 위축 불가피

친기업 공약은 세부 내용 불분명

서울경제DB서울경제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속고발권 폐지, 노동이사제 도입, 물적 분할 금지 등 반(反)기업적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두 후보는 겉으로는 각각 ‘경제 대통령’과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를 자처하고 있으나 실제 공약은 기업을 옥죄는 독소 조항이 더 많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반면 두 후보가 내놓은 각종 친기업 선심 공약은 세부 내용이 불분명해 앞으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형사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후보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경성담합(가격·입찰담합 등) 억제 등 공정한 경제 질서를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고발이 남용되면 기업의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특히 입찰 등에 불만을 품은 업체의 ‘보복성 고발’이나 경쟁사 간 고발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로펌 등과 함께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사실상 법적 대응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 처리 당시 전속고발권 폐지를 제외한 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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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무분별한 고발을 계기로 검찰이 별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일단 기업에 들어오면 다 털어가기 때문에 별건 수사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자칫 전속고발권 폐지가 정권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고도의 경제 분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검찰에 그런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양 후보가 모두 찬성하는 노동이사제 도입 또한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이 후보는 공공 부문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윤 후보도 노동이사제를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고 공공 부문에 우선 도입한 뒤 민간 영역으로 확대할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실시 중인 독일에서는 정작 노동이사에게 경영에 개입할 권리를 주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노동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사회가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되고 경영상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양 후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기업의 물적 분할 또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울었다. 최근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양 후보는 물적 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호 대책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는 소액주주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이 제한돼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한 재계에서는 양 후보의 선심성 발언이 난무하고 있지만 제대로 정리된 공약이 불분명하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양 후보가 공약을 다수 발표했으나 선언적 내용에 그칠 뿐 현시점까지 공약의 세부 내용이 없거나 모호해 구체적인 정책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재 공약만으로는 기업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선순환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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