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대선 후보 단일화 결렬 책임론을 두고 다중 분열하고 있다. 단일화 무산을 선언한 국민의당은 21일 공개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해 “반성하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정권 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세운 야권의 분위기가 통합보다 분절(分節)에 가까워졌지만 국민의힘은 “대선 전날에도 가능하다”며 단일화의 불씨는 살려뒀다.
국민의당은 이날 당의 스피커를 총동원해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거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안철수 후보가 그 전에 실무자끼리 만나서 큰 방향을 정하자고 했는데, 그 이전에 책임 있는 실무자를 정해서 논의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전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통화에서 “실무자를 지정해달라”고 한 말 자체가 단일화 제안에 무성의한 답이었다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이에 더해 야권 일각에서 나온 ‘경기도지사·총리 거래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후보의 진심을 무너뜨리는, 정치 도의에 너무 경우 없는 행동을 해온 것에 제1 야당이 반성해야 한다”며 “굉장히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CBS 라디오에 출연한 권은희 원내대표도 이와 관련해 “대통령 후보로 국민께 나선 후보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네거티브이고 마타도어”라며 “이런 부분들이 윤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이 팀플레이로 서로 역할을 나눠서 했던 것이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한 흑색선전이 윤 후보의 묵인 속에서 이뤄졌다는 국민의당의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에서 날아든 날 선 비판에도 일단 평정심을 유지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에 대해 “정권 교체를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든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는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복수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후 양당은 실무 협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 후보가 돌연 윤 후보에게 책임을 돌리며 협상 테이블마저 걷어찼다고 지적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묵묵부답이라니 정말로 무례하다”며 “단일화를 위해 성의를 다했던 분들, 안 후보의 측근들은 진정성이 없었고 왜곡된 것이냐”고 성토했다. 또 “우리 후보가 천안 빈소까지 가고 직접 전화도 했는데 돌멩이를 던져서 되겠느냐”고도 말했다.
단일화 결렬 기자회견을 놓고도 양당은 서로에 책임을 묻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당의 말을 종합하면 안 후보는 전날 윤 후보와 통화한 직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윤 후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양당의 감정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반대로 단일화 결렬로 인해 새 채널이 열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사자인 두 후보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단일화가 결렬될지, 결실을 거둘지 확실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단일화의 문이 닫혔을 뿐 잠기지는 않았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전투표(3월 4~5일) 전, 솔직히 본투표 전까지도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투표용지 인쇄일(28일)이 지나서도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안 후보를 돕고 있는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결렬 선언은) 다시 시작하자는 재단일화의 새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만나 미래에 대해서, 큰 틀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