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스플린터넷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2018년 9월 한 세미나에서 “2028년이면 인터넷이 미국 중심과 중국 중심으로 쪼개질 것”이라며 ‘스플린터넷(Splinternet)’ 시대의 도래를 점쳤다. 그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터넷 투자 비중이 미국보다 훨씬 커 결국 인터넷 세계에서 중국의 리더십이 더 강해지며 분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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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넷은 파편이라는 뜻의 ‘스플린터(splinter)’와 ‘인터넷(internet)’의 합성어로 인터넷 속 세상이 쪼개지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이 2003년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가동하면서 징후가 나타났다. 그 뒤 중국에서 구글·트위터·페이스북을 비롯해 미국·유럽·한국·일본 등의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중국이 만리방화벽을 구축한 이유는 공산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것이다. 베트남·리비아·모로코 등도 이 시스템을 수입해 중국 중심의 스플린터넷 영토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을 배제하는 스플린터넷의 기류가 강하다. 2020년 8월에는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해 통신 네트워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해저 통신케이블 등 분야의 중국계 기업들을 규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에는 중국 모바일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의 퇴출 작업이 진행됐다. 스플린터넷의 혼전 양상도 복잡하다. 유럽 의회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을 규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통과시켰고 호주 정부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페이스북과 충돌했다.

요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스플린터넷 현상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애플 등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관영 언론 등의 계정을 완전히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에 전쟁 선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정보를 공유하는 월드와이드웹의 시대는 저물고 스플린터넷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하는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전선에 서야 할 것이다. 줄타기 외교로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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