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장제원 매형집서 캔맥주 마시며 새벽 담판…토론회선 맞춘 듯 '붉은 넥타이'

■단일화 협상 막전막후

장 의원 매형, 安 교수 시절 친분

토론회 끝난 뒤 자정께 마주앉아

尹 "저를 믿어 달라" 2시간 설득

安 "성공한 정부 만들고파" 결단

야권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을 이끈 장제원(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서울경제DB야권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을 이끈 장제원(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서울경제DB




3일 새벽 편의점에서 사 온 캔 맥주를 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마주 앉았다. 타는 속을 달랜 뒤 윤 후보는 “저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무산 직전까지 갔던 윤·안 단일화의 불씨는 그렇게 다시 살아났고 이날 오전 8시 야권 단일화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무대 뒤편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있었다. 두 사람은 협상 결렬 기자회견 등 수차례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긴 물밑 협상으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완성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단일화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단일화 논의는 전격적으로 시작이 됐지만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결렬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그 불씨는 3차 TV 토론이 끝나고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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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대선 TV 토론회가 끝난 뒤 자정께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이날은 사전투표 하루 전, 단일화를 이룰 마지막 시한이었다. 단일화 협상은 데드라인을 앞둔 전날 TV 토론에서부터 묘한 반전의 분위기가 흘렀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함께 짙은 버건디색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두 후보는 지난 2차 토론 때처럼 서로를 향해 각도 세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당에 따르면 전날 TV 토론 끝까지 두 후보는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벼랑 끝에서 손을 내민 쪽은 윤 후보였다. 정권 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안 후보를 품지 못하고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덩치가 더 큰 제1 야당과 대선 주자인 윤 후보에게 더 많은 화살이 집중될 상황은 불 보듯 뻔했다. 사실 3·1절인 전날에도 국민의힘 측이 안 후보에게 회동을 타진했다. 국민의당 내 측근들도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묵묵부답이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후보는 TV 토론 직후 안 후보의 자택을 찾아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 장 의원이 이 의원에게 다시 심야 회동을 전격 제안했다. 안 후보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네 사람은 장 의원의 매형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의 빌라에 마주 앉았다. 장 의원의 매형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출신으로 안 후보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다르면 네 사람은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네 캔을 들고 마주 앉았다. 타는 속을 맥주로 달랜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흉금을 터놓았다. 윤 후보가 두 시간을 설득했다. 결국 안 후보는 “합의문은 제가 작성하겠다”며 단일화를 결심했다. 윤 후보는 합의문을 보고 “이대로 하자”고 동의했고 오전 8시 두 사람은 정권 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한다는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은 합의문에 공동 인수위원회 구성과 공동 정부를 담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일화의 조건은 없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야합이 아닌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신뢰로 합친 ‘가치연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단일화가 가능했던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며 “의심을 했다면 사실 단일화에 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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