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이 다음 달 하루 40만 배럴씩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각국의 대(對)러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에도 증산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원유 공급 우려가 가중하자 국제유가는 110달러를 넘어섰다. 약 11년 만에 최고치다.
2일(현지 시간) 미 경제방송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4월 산유량을 3월보다 하루 40만 배럴 늘리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며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도 증산 규모를 대폭 늘리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이는 전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비축유 6000만 배럴을 풀어 국제 유가 안정에 나서기로 한 행보와 비교된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기타 중동 산유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 공급을 늘리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눈치를 보는 중동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거나 비판을 삼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겨냥한 추가 경제 제재를 내놓자 원유 공급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백악관은 러시아군 지원을 위한 핵심 수입원인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수출통제를 한다고 밝혔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출이 금지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어느 것도 논의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를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이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잇따르자 국제유가는 110달러대로 뛰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19달러)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1년 5월 이후 약 11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