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 디지털 시대의 주거 개발





김도년 교수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노하우징’으로 통칭되던 새로운 주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다. 최근 주거는 첨단 기술의 급격한 진화와 보급으로 마이크로하우징유닛·구글빌리지 등 공간과 기술을 융합한 혁신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주거의 혁신은 급격한 기술 전환과 사회 변화의 시기에 등장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는 지난 산업혁명과 전기에너지 전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주거 혁신이다. 가전제품 발명으로 부엌을 실내로 옮기고, 승강기로 주거를 집적·고층화해 만들어낸 당대의 발명품이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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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빠른 속도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공간의 혁신도 시작됐다. 원격교육, 스마트 헬스케어, 협업 애플리케이션(앱)은 이미 집을 학교·병원·스타트업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

‘스마트 주거 플랫폼’에 주목해야 한다. 5G·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가 다양한 생활 서비스와 통합된 새로운 주거다. 전체 가구 중 30%로 늘어난 1인 가구와 디지털 기술이 생활화된 MZ세대의 생활양식에 따른 공간과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요청은 스마트 주거 플랫폼의 보급과 상품화를 촉진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원하는 스마트 주거 플랫폼은 ‘나에게 반응하는 집’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방을 자유롭게 확장·축소할 수 있는 벽체 시스템, 이사 가기보다 집의 규모를 필요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형 주택, 새로운 기술을 언제나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등 이전에 없던 공간을 요구한다. 또 작은 면적에 꼭 필요한 기능만을 갖추었지만 공유 부엌과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어메니티 공간을 자유롭게 개인화할 수 있는 집이 돼야 한다.

현재 우리 주거와 건설이 이런 수요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등장은 자동차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융합한 훌륭한 혁신 사례다. 건설 역시 첨단 디지털 제조업과 연계해 새로운 융합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스마트 주거 플랫폼은 현대 도시의 복잡하고 다양한 주거 문제 해결을 시장 창출로 연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넘어 국가의 전략 산업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 기술을 집약해 새로운 주거를 제안하는 지식 산업이자, 소재 등 관련 산업을 견인하는 강력한 전방 산업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배출 저감의 인류적 과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솔루션 산업이며, 급격한 세계 인구 증가로 인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산업혁명에서 뒤처져 아파트 역시 선진국을 좇아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가 현재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전문 분야가 함께 스마트 주거 플랫폼 성공 사례를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 혁신의 전환점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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