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결혼 직후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대법 "혼인무효 사유 아냐"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결혼 생활을 한 지 한 달 만에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와의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 등의 이유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종전 판례를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 국적의 A씨(남편)가 베트남 국적 B씨(부인)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인 B씨는 한국에 들어와 남편과 함께 생활하다가 막중한 가사일과 남편의 생활 간섭, 생활비 부족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 1개월만에 집을 떠났다. 법정에서 B씨는 남편 A씨가 '결혼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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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A씨는 부인이 집을 떠나자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동거 후 1개월 만에 B씨가 집을 떠났다는 등 사정을 따져 A씨의 손을 들어주고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B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한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외국인 상대방이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혼인의사 개념이 추상적·내면적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해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통상 외국인 배우자는 본국 법령에 따라 혼인 성립 절차를 마친 뒤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 동거 목적의 비자를 받아 입국한다는 점, 언어 장벽과 문화·관습 차이로 혼인 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살펴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도 내놨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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