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또 '불매' 타깃 되나…냉가슴 앓는 K뷰티

[러 보복제재 현실화]

中 한한령 이후 러 진출 확대

화장품 수출 2년새 68% 늘어

유럽사업 차질…전략수정 불가피

미샤 벨라루스 매장 전경. 사진 제공=에이블씨엔씨미샤 벨라루스 매장 전경. 사진 제공=에이블씨엔씨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면서 K뷰티 업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화장품·생활용품 업체들은 중국 쏠림 현상의 리스크를 절감한 후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그간 공들여 개척한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자칫 불매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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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애경산업·미샤 등은 현재 러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러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애경산업은 샴푸와 비누 등 생활용품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미샤는 2012년 러시아에 1호점을 낸 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 인접 국가에도 진출해 10여 개 매장의 문을 열었다.

러시아는 K뷰티 전략 요충지로 통한다. 러시아의 경우 화장법 등이 유럽 지역과 유사해 러시아에서 성공한 제품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한한령(限韓令) 조치가 시행된 뒤 해외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 시장 확대는 업계에 절실한 생존책이었다. 업계의 노력 끝에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한국 화장품 금액은 관세청 자료 기준 2억 3000만 달러(약 2800억 원)로 2019년의 1억 3700만 달러 대비 68% 증가했다. 러시아의 화장품 수입국 순위에서도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뷰티 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적인 글로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산업은 샴푸 ‘케라시스’와 치약 ‘2080’ 히트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 생활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8% 성장하는 성과를 냈으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미샤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있는 매장을 모두 폐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이날부터 러시아에 있는 모든 매장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유럽 진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며 “중국에 이어 러시아마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K뷰티의 앞날이 더 험난해졌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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