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 제재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원유뿐 아니라 러시아산 비중이 높은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폭등하고 있다. 니켈의 경우 급기야 거래가 중단됐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는 8일(현지 시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니켈 거래를 중단했다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LME는 이날 낸 성명에서 “밤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니켈 가격 상승에 따라 최소한 남은 하루 동안 니켈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LME에서 니켈 가격은 장중 한때 111% 급등해 역대 최고가인 톤당 10만 1365달러까지 치솟았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과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 등에 쓰인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전자 제품 생산에 중요한 팔라듐도 7일 한때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월 11일 이후 36%나 오른 수치다. 러시아는 전 세계 팔라듐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구리도 장중 역대 최고치인 1만 845달러를 찍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29.30달러(1.5%) 오른 온스당 1995.90달러로 마감해 2020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시장이 혼돈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산물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5월물 연질 밀 가격은 한때 7% 상승한 부셸당 12.94달러를 기록했다. 밀 선물은 지난주에만 40% 이상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글로벌 공급량의 25%를 차지한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에너지와 금속·농산물 가격이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가격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전쟁이 지속될수록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