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석탄값 4배 치솟았지만 전기료 못올려…결국 혈세로 메울판

■사면초가 한전…1분기에만 8조 적자

발전사에 지급할 전력구입비 1년 만에 74% 껑충

전기료 인상은 올 10월은 돼야 전체 상승분 적용

전력 팔수록 적자…손실 누적땐 자금 투입 불가피





한국전력은 지난달 1GWh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 약 1억 6000만 원을 발전사 측에 지급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같은 양의 전력 구입 시 약 9200만 원을 지급하면 됐다는 점에서 1년 새 전력구입비가 74% 껑충 뛰었다.



반면 전기요금은 1년 새 1㎾h당 3원 올라 2% 인상되는 데 그쳤다. 실제 월 300㎾h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지난해 2월에는 4만 3470원을, 올해는 4만 4490원을 내면 돼 요금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전력을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전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대통령 선거 이후인 오는 4월부터 반영하도록 했다. 정부가 산출한 인상분은 1㎾h당 9원 80전이지만 국민 부담 급증을 이유로 올 4월에는 1㎾h당 4원 90전만 반영하고 10월부터 전체 인상분이 적용된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올 3분기까지는 한전의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올해 손실이 2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단순한 ‘호들갑’이 아닌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손실액(5조 8601억 원)을 뛰어넘는 최소 8조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게는 손실이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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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전력거래액은 7조 561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전력거래액 4조 5893억 원 대비 53% 껑충 뛰었다. 반면 올 1월 전력 시장 내 전력거래량은 5만 1346GWh로 전년 동기의 전력거래량(5만 9GWh)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1년 새 전기요금은 ‘실적연료비’ 인상으로 1㎾h당 3원 오르는 데 그쳐 전체 인상률은 2%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올 1월과 지난해 1월간 전력거래액의 차액인 2조 4668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한전의 손실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손실은 가팔라지는 추세다. 지난달 전력거래액과 지난해 2월 전력거래액 간 차액 또한 3조 4416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1년 새 발전량이 7%가량 늘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에만 3조 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전의 1분기 손실액은 적어도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 기준 1톤당 석탄 가격은 지난해 3월 90.8달러였지만 이달 347.9달러로 1년 새 4배나 뛰었다. 지난달 기준 전력계통망에 연결된 국내 전체 발전의 34.2%가 석탄발전이라는 점에서 연료비 부담이 상당하다.

LNG 현물 수입 가격 또한 올 1월 역대 최고인 1톤당 1136.7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달에는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LNG와 함께 전기요금 산출 시 기준이 되는 석유 가격(두바이유 기준)은 지난해 3월 배럴당 65.3달러에서 이달 125.2달러로 1년 새 2배가량 뛰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한전의 1분기 손실 규모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으로서는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은 직전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와 최근 3개월간의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더해 산출된다. 다만 실적연료비는 분기별로 1㎾h당 3원을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 연간으로도 최대 인상 폭이 1㎾h당 5원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연료비 급등 시기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공기업에 손실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 적용될 기준연료비 인상분 또한 물가 급등을 이유로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이 전기요금 동결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미 정해진 전기료 인상 계획이 실제 진행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의 손실이 누적되면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한전의 최대주주를 살펴보면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 등 정부 지분이 과반을 차지한다. 한전은 2조 79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2008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6680억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막대한 손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클린 에너지’ 보급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하기 위해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줄 값비싼 LNG발전까지 늘리며 원가 부담이 급증한 반면 한전은 적정한 전기요금을 징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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