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장작불 지피고 눈 녹여 식수로…중세도시로 변한 마리우폴 [휴전 깬 러軍, 무차별 포격]

산부인과·어린이병원까지 초토화

마리우폴서만 최소 1200명 사망

英 "대량살상무기 진공폭탄 사용"

젤렌스키 "러, 집단학살" 맹비난

9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앞에서 부상을 당한 한 임신부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앞에서 부상을 당한 한 임신부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한 임신부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초토화된 산부인과에서 서둘러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한 임신부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초토화된 산부인과에서 서둘러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를 위한 휴전 약속을 어기고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에까지 폭격을 가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간)부터 러시아군에 포위돼 무차별 공격을 받아 온 이 도시에서 최소 1207명이 전쟁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공급까지 끊어진 마리우폴이 ‘중세도시’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9일 미 CNN 방송은 민간인 대피를 위해 ‘12시간 휴전’을 약속한 러시아군이 이날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에 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 측은 “우크라이나가 직원과 환자들을 내보내고 (해당) 산부인과에 전투 장비를 옮겨놓았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에서 임신부들이 피를 흘리며 황급히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며 주장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17명이 부상당했다며 “러시아가 대량학살(genocide)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발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이날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날까지 마리우폴에서 최소 1207명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했다”며 “실제 사망자는 3~4배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포위한 후 전기와 가스·수도 공급을 끊어버린 탓에 한순간에 ‘중세도시’로 변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사람들이 유일하게 불을 피울 수 있는 도구인 장작을 놓고 싸우고 있다”며 “눈이 와 마실 것이 생겨 행복하다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한 직후 전력선 15여 개를 모두 끊었고 마리우폴 당국이 수리 작업자를 보내자 즉시 포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주민) 40만여 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의 상황은 점점 끔찍해지고 있다. 9일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로켓 발사대 ‘TOS-1A’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명 ‘진공 폭탄’으로 불리는 열기압 무기는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비윤리적 대량 살상 무기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측이 제기한 주장이 영국 국방부에 의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 또는 생물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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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우크라이나 상공을 폐쇄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면 러시아 군용기를 직접 저지할 의무가 생긴다. 다만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공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비행 금지 구역 지정에는 선을 그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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