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블루 라이트닝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도발이 집중됐던 2017년. 미국 행정부는 북한 영공을 급습하고 사이버 공격에 나서는 전략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 국방부는 그해 10월 미주리주 오자크에서 북한 선제 타격을 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북한과 지형이 비슷한 지역에서 지하 벙커 파괴를 목표로 폭격 훈련까지 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2018년 저서 ‘공포’에서 백악관이 이 같은 내용의 북한 압박 작전인 ‘블루 라이트닝(Blue Lightning)’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블루 라이트닝은 B-52H 장거리 폭격기나 B-1B 전략 폭격기를 태평양 괌의 앤더슨 기지에서 한반도로 출동시켜 북한의 핵심 시설을 공격하는 임무 수행 훈련을 일컫는다. 유사 시 전술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 폭격기들은 평양 주석궁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은신 장소와 주요 시설들을 정밀 폭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전투기들은 엄호 비행을 펼친다. 블루는 한반도를 뜻하는 작전 암호이며 라이트닝은 전략 폭격기와 항공모함,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전략 자산의 기동을 의미한다. 미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대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코럴 라이트닝’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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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에는 한국 군의 참여 거부로 블루 라이트닝 훈련이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측의 훈련 참여 요청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군 단독으로 한반도 인근에서 반쪽짜리 훈련이 실시됐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신형 ICBM 발사 움직임에 대응해 그간 중단됐던 블루 라이트닝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키리졸브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독수리 훈련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이 유명무실해져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차기 정부는 더 이상 북한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실전 연합 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실전 훈련 없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는 어디에도 없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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