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천명한 후 청와대가 소장한 미술품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미술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및 대통령경호처가 소장한 미술품은 700점 이상으로 추산된다. 청와대는 소장품 목록을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최고 권력기관의 소장 미술품이나 ‘도록’ 한 권 없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향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소장품 관리도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재임 중에 청와대 소장 미술품의 전수조사가 진행돼 소장품 목록화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도록 제작’까지 성사되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가 소장한 예술품 중에는 도자기류가 약 200점이며 한국화와 서양화가 각각 150여 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공예품과 판화·사진·서예 등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는 한 번도 소장 미술품 목록을 공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소장품 분실 사고도 겪었다. 보물(옛 관리번호 보물 제569-4호)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 유묵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거친 옷과 거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과는 함께 논의할 수 없다)’는 국유이며 청와대가 관리자로 명시돼 있지만 2011년 ‘도난 유물’로 등록됐고 현재도 행방이 묘연하다. 청와대의 깜깜이 작품 관리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다.
청와대에서는 1966년 이후로 미술품 수집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나 작품 관리는 체계적이지 못했던 탓에 김영삼 대통령 때 처음 ‘소장품 목록’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1년까지 개최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대통령상 수상작은 대부분 청와대가 구매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전혁림(1916~2010년) 화백의 전시를 관람한 후 주문·구입한 ‘통영항’은 청와대 인왕실에 걸렸으나 뒤이은 이명박 대통령 때 교체됐고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유명하다. 청와대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 선정과 전시, 미술품에 담는 메시지가 달라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참여정부 때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큐레이터 신정아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의 불미스러운 스캔들 이후 청와대가 직접 미술품을 구입하던 관행이 다소 위축됐다.
2018년 5월 처음으로 청와대 소장 미술품 특별전 ‘함께, 보다’가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렸고 2개월 남짓한 71일 동안 1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가기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람 열기 못지않은 대성황이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청와대 소장품은 국빈·외빈 방문 시 외교적 예의와 문화적 자부심을 보여주는 목적 외에도 당시의 현안과 관련한 대통령의 뜻, 정치적 메시지까지도 전달할 수 있다”면서 “백악관은 전담 큐레이터를 두고 있으나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파견 형태로 청와대 내부 작품 관리 및 전시를 담당하는데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함께 ‘청와대 미술품’을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